“선당후사? 나 먼저 살자”…‘아수라장’ 국민의힘

2026-04-10 13:00:02 게재

경선 출마한 최고위원들, 최고위서 자신의 ‘공천 민원’ 늘어놔

대구시장에 현역 5명 나서 … 공천위원장 사퇴 뒤 자신이 출마

권영세 “당 어떻게 되든 자기 이익만 챙기려는 이기적인 모습”

말 그대로 아비규환이다. 12.3 계엄→윤석열 탄핵→대선 패배→당 내홍→공천 갈등이 이어지면서 국민의힘이 역대급 위기를 맞자, 당 주요 인사들부터 “나 먼저 살자”며 앞 다퉈 나서고 있다. 난파선에서 서로 먼저 내리겠다며 다투는 꼴이다. 당 주요 인사들이 자기들끼리 싸우는 사이 난파선(국민의힘)은 서서히 심해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10일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상범 원내운영수석부대표, 정점식 정책위의장, 송 원내대표. 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9일 국민의힘 지도부가 참석한 최고위원회는 당의 아비규환 같은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당 지도부이지만 광역단체장 출마 의사를 밝힌 두 명의 최고위원은 국민과 당원들에게 생중계되는 최고위 회의에서 공천 경쟁자를 비핀하는가하면, 공천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다. 당의 진로를 논의하고 국민에게 알리는 자리인 최고위에서 최고위원들이 자기 선거 얘기만 쏟아낸 것이다.

경북지사 경선에 나선 김재원 최고위원은 “경북지사 예비후보 4명이 지난달 19일 이철우 후보의 심각한 건강문제를 중앙당이 검증하고 발표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 후보가 본선에 진출한다면 민주당이 그냥 넘어갈 리 없다”고 주장했다. 공개석상에서 공천 경쟁자의 건강 문제까지 건드리면서 “선을 넘었다”는 비판을 초래했다. 이 후보는 이날 “국민의힘은 김 후보의 경선 후보 자격을 박탈하라”고 요구했고, 김 최고위원은 “제대로 소명할 자신이 없으면 이 기회에 이 후보가 스스로 사퇴하는 게 마땅하다”고 반박했다.

경기지사 경선에 지원한 양향자 최고위원은 공관위가 후보 추가공모에 나선 것을 겨냥해 “지도부와 공관위에서 ‘지명도가 있어야 한다. 기업인을 찾는다. 반도체 전문가를 찾는다’고 하는데 글로벌 기업인이자 반도체 엔지니어인 저를 두고 무슨 해괴한 말이냐”며 지도부와 공관위를 싸잡아 비난했다.

두 최고위원의 발언이 알려지자 당 안팎에서는 “당 꼬락서니가 가관”이라는 한탄이 쏟아졌다. 중진 권영세 의원은 이날 SNS에 “당이야 어떻게 되든 그저 자기 이익만 챙기려는 지극히 이기적인 모습들이 적나라하게 보이고 있다”고 올렸다.

이날 최고위가 노출한 국민의힘의 부끄러운 속살은 앞서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었다.

대구시장 경선에는 현역의원이 5명이나 뛰어들었다. 대구지역 의원 12명 가운데 절반 가까운 5명이 시장 공천을 다투는 황당한 장면이 연출된 것. 국민의힘이 야당으로 전락하면서 중앙에서 정치적 몸집을 키우기가 어려워지자, 지역으로 피신해 새 출발하겠다는 속셈으로 읽힌다. 특히 3선 이상 중진들의 출마는 “대구시장이 중진들의 노후보장 연금이냐”는 비판을 부르기도 했다.

컷오프 칼날을 휘둘렀던 이정현 전 중앙당 공천관리위원장은 공천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지난달 31일 갑자기 중도사퇴한 뒤 본인이 전남광주특별시장에 출마하겠다고 나섰다. 험지에 ‘희생 출마’ 하겠다는 설명이지만, 전국 곳곳에서 ‘공천 잡음’이 끊이지 않는 마당에 공관위원장이 중도사퇴하고 출마하는 모습은 ‘희생의 순수성’을 믿기 어렵게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인사는 9일 “이 전 위원장이 공천 잡음을 어떤 식으로든 매듭짓고 출마했다면 ‘희생했다’고 인정하겠는데, 당은 공천 때문에 난리통인데 자기 혼자 공천 받아 출마하겠다고 하니 사람들이 ‘애당초 본인 출마에만 관심 있었던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와중에 장동혁 대표는 내주 미국행 비행기를 탈 예정이다. 지방선거가 두 달도 남지 않고, 당은 선거 참패 위기에 직면해 있는데 당 대표가 해외출장에 나선다는 것. 당 위기 수습보다 당권 유지와 차기 도전 등 본인의 정치 스케줄에만 관심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엄경용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