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지선 ‘점퍼 색 정치’… 흰색 늘어나는 이유
당색 대신 ‘인물 강조’ 확산 조국혁신당도 흰색 채택
“빨간색 입고 싶다. 입게 해달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3월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국민의힘과의 관계 설정에 대한 고민을 드러내며 한 말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의 방향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표현으로 해석된다.
6.3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여야는 고유의 상징색을 갖고 있다.
정당 상징색의 의미는 색깔 이상의 위력을 갖는다. 텃밭에서 당색은 결집의 도구지만, 험지에서는 장벽이 될 수 있다. 흰색 점퍼는 그 장벽을 우회하는 가장 단순하고 직접적인 방법이다. 정당색 대신 후보자 이름과 이력을 강조하는 ‘탈당색’ 전략인 셈이다.
선거를 앞둔 각당의 상황과 사정이 상징색 선택에 묻어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9일 공개된 전국지표조사(NBS. 6~8일 1000명. 가상번호 전화면접.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 3.1%p. 응답률 22.7%.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서 정당지지도는 민주당 47% 국민의힘 18% 개혁신당 3% 조국혁신당 2% 진보당 1%였다. 6.3 지방선거 성격과 관련해 ‘국정 안정 위해 여당 지지’ 54% ‘정부 견제 위해 야당 지지’ 30%였다. 역대 선거에서 보수정당 우위가 확고했던 대구경북에서도 국정안정론이 정부견제론보다 높게 나왔다(44%-34%).
지난 3월 제주들불축제 현장에서 국민의힘 제주도의원 예비후보자들이 흰색 점퍼를 입고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충청권 기초단체장 예비후보는 빨간색·흰색 점퍼를 교체해 가며 입는다. 22대 총선에서 서울 강남이나 서초 등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자들도 흰색 점퍼나 조끼를 선택했다. 세종시에 출마한 한 후보는 소속 당 색 대신 흰색 점퍼를 입고, 선거운동원은 파란색 피켓을 들고 지원활동을 펼쳤다.
제3당인 조국혁신당은 6.3 선거에서 기존 당색인 파란색 대신 흰색 선거운동복을 공식 채택했다. 이해민 사무총장은 “심판과 개혁, 승리에 대한 의지를 디자인에 담았다”고 밝혔다. 22대 총선에서 민주당과 유사한 파란색 계열의 옷을 입고 이른바 ‘지민비조’(지역구 민주당, 비례 조국혁신당) 전략을 펼쳤던 것과 달리 이번 선거에서는 차별화를 꾀하며 독자 생존 능력을 증명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불리한 선거구에서 정당색 대신 ‘인물’을 강조하려는 여야 주요 정당 후보자들이 흰색을 선택할 경우 ‘흰색 점퍼가 가장 많이 보이는 선거’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