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첸 ‘기술자료 유용’ 과징금 소송 패소
하도급사 자료 타사 제공·서면 미교부 인정
법원 “경제 가치·비밀성 확인 … 제재 적법”
주방 가전 기업 쿠첸이 하도급업체의 기술자료를 제3의 기업에 유출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부과받은 과징금 처분은 적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행정3부(윤강일 부장판사)는 9일 쿠첸이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쿠첸은 2015년부터 2018년 사이에 하도급업체 T사로부터 인쇄회로기판(PWB) 조립 관련 기술자료를 제공받은 뒤, 거래 단가 인상을 요구하는 해당 업체와의 거래를 끊고 다른 회사에 자료를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기술자료 요구 시 필수적인 서면도 교부하지 않은 사실도 적발됐다.
공정위는 2022년 4월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쿠첸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9억2000만원을 부과했다. 더불어 법인과 관련 직원 2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재판부는 해당 기술자료(승인원)에 대해 “관련 기술자가 이를 입수할 경우 제품 개발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정보로서 독립된 경제적 가치가 인정된다”면서 “자료가 비밀로 관리되고 있다는 점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쿠첸은 승인원이 자사 단독 또는 공동 소유이고 경제적 가치나 비밀성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쿠첸측에 유리한 취지로 제출된 감정의견에 대해 “자료 전달 경위 등에 비춰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배척했다.
재판부는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자기 또는 제3자를 위해 사용한 행위는 부당한 유용행위에 해당한다”며 “공정위의 처분 사유가 모두 인정되고 재량권 일탈·남용도 없다”고 밝혔다.
쿠첸은 판결 이후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고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이어 “(회사는) 막대한 손실이 예상되었으나 이를 감수하고 (협력사와) 충분히 합의를 거쳐 정당하게 이관을 진행했으나 판결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점은 아쉽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협력사와 거래 과정에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문서화 및 절차 준수를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관련 사건 형사재판 1심에서는 쿠첸 법인과 직원 2명에게 벌금 10억원과 2000만원이 각각 선고됐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