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공급망 충격과 중국의 ‘황산 수출’ 금지
중국은 5월부터 황산 수출을 전면 중단한다. 황산은 두 가지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하나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황을 연소해 만든다. 다른 하나는, 구리∙아연 등 금속을 제련하는 과정에서 만든다. 호르무즈 봉쇄는 첫번째 경로를, 중국의 수출 금지는 두 번째 경로에 충격을 주게 된다.
황산은 ‘산업의 혈액’이라 불린다. 곡물 재배에 필수적인 인산계 비료, 반도체 전기차에 들어가는 구리·니켈 등의 광물 추출, 수돗물 정수와 의약품 제조, 원유를 휘발유로 바꾸는 석유 촉매까지 현대 산업 거의 모든 영역에 쓰인다.
중국은 황산의 최대 수출국이면서 동시에 원료인 황의 최대 수입국이다. 중국의 수입 황 의존도는 50%를 상회한다. 그 절반 이상이 중동에서 온다. 호르무즈 봉쇄로 중동산 황 수출이 차단되자 중국 국내의 황 가격은 톤당 4400위안을 돌파했고, 이러한 가격상승이 황산 가격으로 그대로 전이됐다. 봄 파종기가 되면 농업에 필요한 인산염 비료 수요가 집중된다. 중국이 식량안보 차원에서 황산의 수출 금지를 결정한 이유다. 명분은 국내적인 요인이었지만 그 파급은 희토류 흑연 텅스텐 갈륨 게르마늄처럼 ‘자원의 무기화 패턴’과 크게 다르지 않게 될 것이다.
황→황산→비료·금속·배터리 연쇄 공급망
중동전쟁과 중국의 수출금지는 ‘황→황산→비료·금속·배터리’의 공급망이 연쇄적으로 작동한다는 점을 환기시켜준다. 중국의 황산수출 금지는 한국경제에 3가지 충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 첫째, 배터리 소재 분야의 충격이다. 한국 배터리 회사들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NCM(니켈 코발트 망간) 전구체의 대부분을 중국에서 수입한다. 황산이 부족해질수록 전구체와 배터리 소재의 단가가 상승한다. 결과적으로, 전기차 배터리 회사들의 비용이 상승할 것이다.
둘째, 구리 공급망 충격이다. 구리 광석에서 구리를 뽑아내려면 황산으로 광석을 녹여내는 공정을 거쳐야 한다. 황산이 없으면 광산은 조업을 멈추게 된다. 세계 최대 구리 생산국인 칠레는 중국 황산을 연간 100만톤 이상 구매하는데 이미 가격이 급등한 상태다. 구리는 스마트폰의 반도체 배선, 전기차 모터, 전력망 케이블, 조선소의 전기장치까지 제조업 전반에 기초 소재로 사용된다. 구리 가격 상승은 제조업 전반의 원가인상으로 연결된다.
셋째, 비료와 식량 가격 충격이다. 황산은 곡물 재배에 쓰이는 인산계 비료의 핵심 원료이기도 하다. 한국은 식량 자급률이 50% 미만으로 비료 수입 의존도가 높다. 이란전쟁 이후 질소 비료의 원료인 요소 가격이 2주 만에 약 30% 급등했다. 결과적으로 농업 생산원가를 상승시켜 물가 상승으로 연결될 것이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에너지와 곡물 분야에서 공급 부족과 물가인상을 야기했다. 중동전쟁은 그 차원이 다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해 원유 LNG 나프타 헬륨 황(硫黃) 황산 구리에 이르기까지 충격의 범위가 훨씬 넓다.
에너지-자원-식량-첨단산업이 동시에 흔들리는 ‘다차원적 공급망 충격’이 전개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글로벌 공급망이 얼마나 취약한 지를 여실히 보여줬다.휴전 이란 전쟁은 약한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다차원적 공급망 충격, 물가인상과 경기둔화가 함께 진행되는 스태그플레이션 압력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동북아시아의 수출중심 제조업 국가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
‘황산 쇼크’에 대한 정부의 대응
정부는 세 가지 축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첫째, 단기적 대응이다. 대체 수입선을 찾는게 가장 시급하고 중요하다. 캐나다 카자흐스탄 등이 유력 후보이며, 국내 비축 재고를 긴급하게 점검해야 한다.
둘째, 중기적 대응이다. 중기적으로는 배터리 소재 공급망의 지리적 다변화가 필요하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의 니켈 제련 프로젝트와 연계를 강화하고, 중동산 황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
셋째, 장기적 대응이다. 중동전쟁은 일단락되겠지만 지정학적 불안정성을 구조적인 변화로 수용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 산업부와 외교부를 중심으로 에너지와 자원 공급망 전체를 관리하는 협력체제를 가동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