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살롱
100년 전 인간에게서 배워야 할 건강비법
100년 전 사람들의 생활과 건강상태는 어땠을까? 다들 어렴풋이 알고 있는 큰 변화를 몇가지 데이터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925년 당시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남성의 기대수명은 58세였다. 1925년 일제강점기 한국의 남성 평균수명은 28세에 불과했고 일본도 평균수명이 42세였다. 현재 미국 한국 일본의 평균기대수명은 모두 80세 전후다. ‘영포티(Young Forty)’를 논하는 세상이니 격세지감을 이렇게 크게 느끼기 쉽지 않다.
100년 전에는 미국에서도 일부 대도시에는 지하철 노면전차 개인자동차가 있었으나 그 이동거리는 극히 짧았다. 한국은 일부 철도와 서울의 노면열차가 전부였다.
당시 한국인은 대부분 도보로 이용했고, 유학이나 취직이 아니면 태어난 동네를 벗어날 일이 거의 없었다. 즉 대다수 사람들은 하루종일 걷거나 뛰어다녔다. 또한 물건을 옮기는 것도 모두 사람이 직접 지거나 들고 가야했다. 농사일이 다수여서 새벽같이 일을 하고 낮에 쉬다가 다시 일을 했다.
대부분의 이동과 노동을 인간이 직접하는데 비해 먹을 것은 제한적이었다. 100년 전까지만 해도 영양섭취의 대부분은 식물성 식품에 의존했다. 98%가 곡물과 채소로 된 식품이었다. 고기류는 잔치 때나 먹을 수 있었고, 생선도 어촌이나 강변이 아니면 먹기 어려웠다. 하루 두끼 식사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냉장고 등이 없어 건조식품이나 발효식품을 곁들여 먹는게 고작이었다.
그 결과 당시 평균키는 남자 161cm 여성 147cm 안팎이었다. 현재는 남성 173cm, 여성 160cm다. 이 조차도 고령층이 포함된 평균치이고 젊은 세대는 평균이 175cm, 162cm이다.
100년 사이 사람은 변했으나 유전자 같아
100년 전에는 영양상태는 좋지 않은데, 하루종일 일을 하거나 움직여야 하는 경우가 태반이라서 평균여명도 낮고 키도 작았다. 위생상태 주거상태 등도 현재와는 비교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인류사 연구자들은 현재 인간은 최근 100여년 짧게는 최근 50년의 산물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100년 전 원조 인간들에게 배울 건 없을까?
우선 현재는 ‘살기위해 먹는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먹을 게 넘쳐난다. 먹는다는 것의 의미가 바뀐 지 오래다.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즐거운 사교관계의 일부이고, 귀족들만 즐길 수 있었던 요리는 예술영역이 되었다. 예능방송의 상당수가 맛집을 소개하는 방송이고, 폭식방송까지 성행한다. ‘흑백요리사’ 같은 요리경쟁 프로그램에 대중이 열광한다. 먹을 것이 없어서 문제가 아니고 너무 먹을 게 많은데, 무엇을 먹을지를 고민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그런데 한편 맛만 따지기에는 인스턴트 가공식의 범람으로 쉽게 고칼로리를 섭취하는 방식으로도 전환되어 왔다. ‘흑백요리사’에서 보여주는 고급요리는 일상식이 아니고 일상식은 도리어 급식 도시락 밀키트 같은 것들로 대체되었다. 그 결과 현대인의 제일 큰 문제는 고칼로리 가공식의 섭취문제다.
그러다보니 ‘다이어트’가 또다른 화두가 되어 버렸다. 위고비 마운자로 같은 글루카곤유사펩티드 제제가 선풍적 인기를 끄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먹을 것은 풍족하고 다양하지만 건강에 좋지 않은 먹거리도 많고, 그걸 먹으면서도 살을 빼기 위해 다이어트치료를 받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100년 인간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운동량이 줄어들었다. 현대인 특히 산업화된 국가의 노동인구는 대부분 앉아서 일을 한다. 몸을 쓰는 일도 과거와 달리 도구를 이용하거나 자동화된 경우가 다수다. 공구도 다양한 전동장비가 다수고, 글쓰기도 키보드를 넘어 이제는 말을 하면 글자로 변환해주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런 100년 사이의 변화를 우리몸의 유전자들은 반영하지 않고 있다. 원래 인간은 가공식품을 먹고 운동을 조금하면서 살아가도록 설계되지 않았다.
변하지 않은 인간의 생리적 환경에 맞추려면
진료실에서 운동을 하라고, 제발 운동을 해야한다고 말을 하면 이를 마치 의지의 문제로 환자들은 생각한다. 그냥 운동은 건강에 좋기 때문에 해야 할 당위라고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왜 운동을 해야 할까? 앞서 설명한 대로 애초 설계된대로 살기 위한 최소한의 몸부림이다. 쉽게 말하면 100년 전 인간의 생리적 환경에 조응하기 위해서다.
결국 이제는 ‘살기 위해서 먹는’ 시대가 아니라 ‘살기 위해서 운동’을 해야 한다. 아침 저녁으로 규칙적인 운동을 일정 시간 하는 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 통곡물과 채소를 많이 먹고 운동을 하라는 의사들의 권고는 100년 전 인간의 모습만 들여다봐도 상식이 되어야 한다.
원진녹색병원 재활의학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