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소원 한달, 사전심사 통과는 ‘0건’

2026-04-13 13:00:04 게재

헌재, 384건 접수·194건 각하…엄격 심사

‘4심제’ 우려 불식…대법, 후속 연구반 운영

재판소원 제도 시행 한 달 만에 380건 넘는 사건이 접수됐지만 본격 심리로 넘어간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헌재가 사실상의 ‘4심제’ 운용으로 인한 사법질서 혼란 우려 속에 재판소원 대상을 엄격히 선별하겠다는 원칙을 일단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재판소원 제도 시행 이후 지난 11일까지 헌법재판소에 접수된 재판소원은 384건에 달한다.

헌재는 지난 7일까지 세 차례 사전심사를 통해 총 194건을 모두 각하했다. 각하된 사건은 지난달 24일 첫 번째 사전심사에서 26건, 같은 달 31일 두 번째 사전심사에서 48건이다. 지난 7일에는 120건이 각하됐다.

사전심사는 재판소원 접수 이후 재판관 3명과 헌법 연구관 8명으로 구성된 지정재판부가 요건 충족 여부를 먼저 가리는 단계로, 부적법 판단이 내려지면 본안 심리 없이 종료(각하)된다.

각하 사유는 ‘청구사유 요건 미비’가 가장 많았다. 재판소원은 헌재 결정 위반, 적법절차 위반, 헌법·법률을 명백히 어겨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에만 허용된다. 단순한 판결 불복이나 사실관계 다툼은 대상이 아니다. 이어 ‘청구기간 도과’, ‘기타 부적법’, ‘보충성 위반’ 등이 뒤를 이었다.

실제로 제20대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대통령 관련 허위 사실 공표 사건으로 징역형 집행유예가 확정된 장영하 국민의힘 경기 성남시 수정구 당협위원장의 재판소원은 청구 사유를 갖추지 못해 각하됐다.

유튜버 쯔양(본명 박정원)을 협박해 수천만 원을 뜯어낸 혐의로 징역 3년이 확정된 유튜버 구제역(본명 이준희)도 같은 이유로 사전심사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 같은 엄격한 기준은 재판소원이 사실상 ‘4심제’로 변질되는 것을 막고 사건 남용을 차단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다만 제도 도입 취지였던 기본권 구제 기능이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헌재는 제도 운영 보완 작업을 진행 중이다. 앞서 제도 시행을 앞두고 법원 재판기록에 대한 송부 절차가 마련되지 않아 심리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단 우려가 나왔다. 이와 관련해 헌재는 이달 초 검찰과 업무협의를 통해 사건 심리에 필요한 형사재판 사건 기록을 전자 인증등본 형태로 주고받기로 합의했다. 헌재는 또 재판소원 제도 시행으로 증가한 업무량에 대응하고자 현재 70여명인 헌법연구관을 20명 추가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대법원 소속 법원행정처는 재판소원 시행 대응을 위해 ‘재판소원 후속조치 연구반’(반장 이규홍 서울고법 부장판사)을 꾸렸다. 6개월가량 활동해 올해 안에 연구 결과를 낸다는 계획이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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