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불합치 낙태죄’ 입법공백 6년…22대 국회서도 ‘도돌이표’ 위기

2026-04-13 13:00:03 게재

22대 국회서 복지위 소위 논의 한차례뿐

하반기 상임위 재편에 ‘동력 상실’ 우려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가 형법상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지 7년이 지났다. 당시 헌재는 2020년 12월 31일을 시한으로 개선 입법을 완료하라고 명시했으나 국회와 정부는 6년간 대체 입법을 마련하지 못한 채 방치하고 있다.

제22대 국회 임기 시작 이후 국회에서 해당 안건이 공식적으로 논의된 것은 지난 3월 단 한 차례에 불과하다.

◆여야 법안 발의 ‘자기결정권’ vs ‘태아 생명권’ = 현재 국회에는 더불어민주당 남인순·박주민·이수진·진선미 의원과 국민의힘 조배숙 의원이 발의한 5개 모자보건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며, 인공임신중절의 범위와 방법 등을 두고 대립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의 법안은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건강권 보장에 방점을 두고 있다. 주요 내용은 △‘인공임신중절수술’ 용어를 ‘인공임신중지’로 변경 △수술 외에 약물에 의한 중지 허용 △현행법상 허용 한계 사유(제14조)를 삭제해 임신부 본인 동의 시 시기와 관계없이 허용 △건강보험 급여 적용 등을 골자로 한다. 진선미 의원안은 차별적 용어인 ‘우생학적’ 표현 삭제를 제안했다.

반면 국민의힘 조배숙 의원안은 ‘태아의 생명권 보호’를 우선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이 법안은 △태아를 ‘수정 후 심장박동을 하고 있는 사람’으로 정의 △인공임신중절 허용한계를 임신 22주 이내로 제한 △의사의 수술 거부권 명시 등을 담아 여당 안과 뚜렷한 시각차를 보였다. 조 의원은 의학적으로 여성의 건강에 가장 안전한 기간인 ‘임신 10주 이내’에 한해서만 낙태를 처벌하지 않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도 함께 발의한 상태다.

◆“임신중지 약물 허가” 요구에 정부 ‘신중론’ = 지난 3월 11일 국회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입법 공백 해소를 위한 모자보건법 개정안 첫 심사가 이뤄졌다. 김미애 소위원장은 종교계와 의료계의 견해차가 첨예해 사회적 합의를 위한 심도 있는 자료 보완과 공청회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언급하며 법안은 결국 ‘계속 심사’로 분류됐다.

이날 회의에서 위원들은 임신중지 약물 도입에 대한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를 강하게 질타했다. 이수진 위원은 “해외 100여개국에서 사용하는 미프진(임신중지 약물)에 대한 품목허가가 되지 않아 여성들이 불법 유통 약물에 노출되고 있다”며 정부의 결단을 촉구했다. 전진숙 위원 역시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사회적 눈치 보기에 급급해 필수의약품 지정을 미루면서 불법적 유통을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 측 답변자로 나선 이스란 보건복지부 제1차관은 임신중지 약물 도입과 관련해 식약처와 상의하겠다고 밝혔다. 이 차관은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을 균형 있게 봐야 한다”면서 건강보험 적용 범위나 허용 주수 등에 대해서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이에 김선민, 백혜련, 김 윤 위원 등은 구체적인 타임라인을 요구했고, 이 차관은 “늦어도 올해 상반기 안에는 정부 내부 의견을 정리해 논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입법 추진의 또 다른 변수인 국회 하반기 원 구성이 남아 있다. 22대 국회 하반기가 시작돼 상임위원회 위원들이 대거 교체되면 앞선 논의가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김선민 위원은 “5월에 원 구성이 바뀌면 논의가 다시 도돌이표가 될 수 있다”며 우려했다.

여성의 건강권과 의사의 진료권이 사실상 ‘무법지대’에 놓여 있는 상황에서 법안 마련이 미뤄질 경우 입법부의 직무유기가 계속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박소원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