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에너지 안보 ‘스마트 가로등’에 답 있다

2026-04-13 11:35:27 게재

단순 LED 보급 넘어 공공 도로조명의 ‘에너지 지능화’(AX) 시급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한 유럽의 에너지 위기를 한발짝 떨어져 바라보며, 한국은 이를 사실상 남의 일처럼 여겨왔다.

그러나 최근 이란-이스라엘 충돌과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로 국제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에너지 수입 의존 구조의 취약성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심학봉
심학봉 전 국회의원 / 에코란트 고문

◆LED 90% 보급에도 전력 소모 여전 = 이제 에너지 문제는 국제 유가의 문제가 아니라 공공요금, 지방재정, 도시 운영 전반을 흔드는 현실 과제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즉시 효율화가 가능한 대표 공공 인프라가 바로 도로조명이다.

그러나 국내 공공 도로조명은 LED 보급률이 약 90% 수준에 이르렀음에도 전력 소비는 기대만큼 줄지 않았다. 대부분의 가로등이 여전히 제어 기능 없는 단순 점등 방식으로 심야에도 100% 밝기로 운영되고, 노후 가로등의 기하급수적 증가에 따른 효율 저하와 과설계 구조까지 겹치면서 불필요한 전력 낭비가 계속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격등 점등을 생각하기도 한다. 고무적이긴 하지만 격등은 도로와 보행 환경의 안전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근본적인 대안이 되기 어렵다. 조도 불균형과 음영 구간 확대는 보행자 안전, 교통안전, 범죄예방 측면에서 한계를 가질 수 있다. 따라서 에너지 절감은 단순 소등이나 격등이 아니라 지능적으로 제어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지자체 실증 결과 43% 절감 확인 =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은 단순 LED 교체가 아니라 스마트 가로등 전환이다. 스마트 가로등은 시간대, 교통량, 보행량, 기상 상황에 따라 밝기를 자동으로 조절해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만 전력을 사용하는 지능형 인프라다.

해외에서도 이탈리아 밀라노, 덴마크 코펜하겐, 영국 런던 시티 등 주요 도시는 원격관리와 디밍 기반 스마트 조명 체계를 통해 실질적인 에너지 절감 성과를 내고 있다.

한국도 이제 단순 LED 보급 단계를 넘어, 공공 도로조명을 실시간 제어와 데이터 기반 운영이 가능한 에너지 지능화(AX) 인프라로 전환해야 한다. 한국은 이미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실제로 2024년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에너지공단이 추진한 스마트가로등 실증사업 최종 자료에 따르면 서귀포시·안산시·곡성읍 3개 지자체의 스마트가로등 에너지 절감 데이터를 종합한 결과 약 43%의 에너지 절감 효과가 확인됐다.

문제는 기술 부족도, 예산 부족도 아니다. 정부가 이미 검증된 기술을 현장에 신속히 적용할 수 있도록 실행력 있는 제도와 행정을 뒷받침하느냐의 문제다. 현장에서는 지자체가 스마트 LED 가로등을 조달 구매하려 해도 조달청 품목 등록이 지연돼 실질적인 구매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원유 400만배럴 수입 대체 효과 = 국제 에너지 위기가 반복되는 지금 스마트 가로등 전환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공공 도로조명을 얼마나 지능적으로 운영하느냐가 곧 국가 에너지 안보와 도시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시작됐다.

스마트 가로등 전환을 통해 가로등 전력의 50% 절감이 실현될 경우 연간 약 1.7TWh의 전력 절감이 가능하다. 이는 에너지 절감량을 원유 기준으로 환산할 경우 약 400만배럴 수준에 해당하며, 금액 기준으로는 약 6000억원 규모의 수입 에너지 대체 효과로 볼 수 있다.

또한 약 72만톤의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가 기대되며, 탄소배출권 가치를 보수적으로 반영하면 연간 약 2000억~3000억원 수준의 추가 경제적 효과도 예상된다. 이를 종합하면 약 1조2000억원 규모의 초기 투자에 대해 연간 상당한 절감 효과가 기대되는 사업으로, 공공 인프라의 에너지 효율화와 에너지 안보 대응 측면에서 정책적 가치가 크다.

스마트 가로등은 단순한 교체 사업이 아니라 에너지 수입 부담을 줄이고 공공 전력 운영을 효율화하는 전략 인프라다.

심학봉 전국회의원 / 에코란트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