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현장 | 국민의힘 텃밭 흔들린다

“대구, 이번엔 디비져야”…인물론·보수분열에 민심 요동

2026-04-14 13:00:08 게재

김부겸 등장에 ‘인물 선거’ 가능성

선거 막판 보수표 결집 전망도

“대구도 언젠가는 한번은 디비져야 하는데, 이번이 그때 아닙니까.”

대구에서 중견기업을 운영하는 A씨는 최근 국민의힘 공천 과정을 지켜보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한 번도 민주당에 표를 준 적이 없지만 이번에는 생각이 달라졌다”며 “국힘이 하는 걸 보니 도저히 참을 수 없다”고 했다. 50대 직장인 B씨는 “예전처럼 무조건 한쪽으로 쏠리는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당이 아니라 사람을 보고 찍겠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온다”고 주변 분위기를 전했다.

“화이팅 대구“ 김부겸 전 총리가 지난 12일 지역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시민과 기념 쵤영을 하고 있다. 사진 김부겸 후보 캠프 제공
대구 민심이 흔들리고 있다. ‘보수의 심장’으로 불려온 대구에서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변화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김태일 전 영남대 교수는 “이번 대구시장 선거는 정당선거가 아니고 인물선거이고 이념선거가 아니고 이익선거이며 전국선거가 아니고 지역선거”라며 “김부겸이 지역주의 타파를 외쳤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지역소멸 해결을 첫 착점으로 놓은 것이 적절했다”고 말했다. 견고했던 지역 정서에 균열 가능성이 감지된다는 분석인 셈이다.

◆김부겸 등판으로 ‘인물선거’ 부각 = 이 같은 변화의 축에는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있다. 김 후보는 지난달 30일 출마 선언 이후 9일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본격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2022년 총리 퇴임 이후 정계를 떠났다가 12년 만에 다시 대구에 돌아온 것이다.

그는 2012년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며 대구(수성갑)에 도전했고, 2020년 총선에서는 김문수 후보를 꺾고 당선된 경험이 있다. 이번에는 ‘보수의 심장’에 민주당 깃발을 다시 세우겠다는 목표로 내세웠다.

출마 메시지도 이전과 달라졌다. 김 후보는 출마 선언 당시 “이번에는 대구를 꼭 한번 바꿔보자”며 지역 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근에는 “대구시민들이 원하는 인물은 정치 싸움꾼이 아니라 살림꾼”이라며 민생 행보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 김 후보는 기업체 방문과 전통시장 간담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간담회 등을 이어가며 현장 접촉을 확대하고 있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김 후보의 등판으로 기존 보수 지지층 일부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보다 인물을 보자는 얘기가 예전보다 훨씬 많아졌다”는 것이 지역 정가의 공통된 평가다. 대구시 한 공무원은 “지방자치를 위한 선거인 만큼 대구신공항, 취수원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는 인물이 선출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은 보수 진영 내부에서도 감지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최근 김부겸 후보를 두고 “중앙정부와 협상 가능한 인물”이라고 평가하며 사실상 지지에 가까운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보수 정치인이 민주당 후보를 공개적으로 평가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적지 않았다.

◆“6명인지 8명인지” 국힘 경선 혼전 = 반면 국민의힘은 경선 내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공천 갈등이 길어지면서 정책 경쟁은 실종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대구시장 경선에는 전·현직 국회의원 6명을 포함해 8명이 출사표를 던지며 과열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6선의 주호영 국회부의장과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컷오프되면서 갈등이 본격화됐다. 두 후보는 공천 결과에 불복해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주 후보는 재경선을 요구하며 법적 대응을 이어가고 있고, 이 후보 역시 “시민 경선으로 선택받겠다”며 출마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주호영 후보는 13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 “선거가 50일도 남지 않았는데 계획도 없이 미국 출장을 간 이유를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와 별개로 당내 경선은 계속 진행되고 있다. 유영하·윤재옥·최은석·추경호 의원과 홍석준 전 의원, 이재만 전 동구청장 등 6명은 13일 2차 방송토론회를 열었고, 오는 17일 본경선 진출 후보 2명으로 압축될 예정이다.

이처럼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현재 경선 구도조차 “6명인지 8명인지 헷갈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국민의힘 시의원 공천에 참여한 한 후보자는 “당이 하나로 뭉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실망감이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세계일보·한국갤럽 조사(10~11일. 805명. 가상번호 면접.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5%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서 국민의힘 후보군은 각각 20% 안팎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분산된 양상을 보였다. 반면 김부겸 후보는 가상 양자 대결에서 50%를 넘는 지지율을 보였다. 이진숙 후보와의 대결에서는 54%대 37%, 주호영 후보와는 53%대 35%로 격차를 보였다. 다만 결과를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김부겸 후보가 우세를 보이고 있지만 선거 막판에는 대구 특성상 보수표가 결집할 가능성이 있다”며 “누가 도시를 살릴 수 있는 인물인지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선거가 ‘결과’보다 ‘과정’에서 변화 신호가 먼저 드러나는 선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밑바닥 여론 흔들림’이 실제 민심의 변화로 이어지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표심이 완전히 바뀌었다기보다, 기존 지지층이 흔들리기 시작한 단계”라며 “이 흐름이 확산될지, 다시 결집으로 돌아갈지가 이번 선거의 최대 변수”라고 말했다.

최세호·서원호·김신일 기자 se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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