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훈장 걷어낸다” 상훈 전면 재검토

2026-04-14 13:00:23 게재

국가폭력 가해자까지 서훈 유지 논란

행안부 취소 주도…상훈 체계 대수술

고문과 간첩조작 사건에 가담한 국가폭력 관련자에게까지 훈장이 유지돼 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정부가 상훈 체계 전면 손질에 나섰다. 그동안 ‘영예’로 남아 있던 부적절한 정부포상을 국가가 직접 걷어내겠다는 것이다.

행정안전부는 13일 정책설명회를 열고 ‘부적절한 정부포상 전면 재검토 및 취소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각 부처에 맡겨졌던 포상 취소를 행안부가 직접 총괄·주도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다.

김영수 행정안전부 의정관이 1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브리핑실에서 열린 ‘정부포상 전면 재검토’ 관련 정책설명회에서 부적절한 정부포상에 대한 전면 재검토 및 취소 추진방안에 대해 출입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 행정안전부 제공

그동안 정부포상 취소는 추천기관 요청에 의존해 이뤄져 왔다. 그러나 과거 국가폭력 사건 등 민감한 사안일수록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된 피해자 사건에서도 가해자의 서훈이 유지되는 사례가 반복돼 왔다.

실제 중앙부처와 군 등에서 과거 고문 수사에 관여했던 인물들이 포상을 받은 뒤 별다른 검증 없이 유지된 사례들이 언론을 통해 잇따라 드러나 논란이 됐다. 일부는 간첩조작 사건 등으로 뒤늦게 무죄가 확정됐음에도 포상이 취소되지 않아 ‘가짜 영예’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행안부는 상훈 총괄 부처로서 직접 취소 대상 발굴과 절차를 주도한다. 고문·간첩조작 사건 등 국가폭력 관련 재심 무죄 사건을 선제적으로 파악해 추천기관에 취소를 요구하고, 경찰청·국가정보원 등 관계기관의 전수조사도 정기적으로 점검한다.

이미 일부 조치는 이뤄졌다. 정부는 지난 3월 국방부와 협력해 12.12군사반란 등 반헌법적 범죄에 가담한 인물 10명의 서훈을 취소했다. 과거 실형이 확정되지 않아 서훈이 유지돼 온 인물들까지 포함된 것으로, 상훈 취소 범위를 확대한 사례다. 향후에도 유사 사례에 대한 추가 발굴과 취소가 이어질 전망이다.

중대재해나 집단수용시설 인권침해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수훈자도 주요 재검토 대상에 포함된다. 행안부는 관련 사례를 우선 발굴해 추천기관에 취소 절차를 밟도록 요청할 계획이다.

사후관리도 강화된다. 지금까지 취소된 정부포상 791점 가운데 실제 환수된 것은 260점으로 환수율이 30%대에 머물러 있다. 행안부는 주소 불명이나 연락 두절 등으로 회수되지 않은 포상물에 대해서도 재점검을 통해 환수를 추진하기로 했다.

또 현재 관보에 취소 사실만 간략히 공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취소 사유를 보다 구체적으로 공개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국민의 알권리와 상훈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행안부는 전담 조직(TF)을 구성하고 전문가 자문단과 범부처 회의체를 운영해 각 기관의 취소 절차를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부처별로 흩어진 상훈 관리 체계를 일원화하고 취소 기준도 정비한다는 구상이다.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과거 국가폭력 사건 관련자와 반헌법적 행위 가담자에 대한 정부포상 취소는 국가가 반드시 수행해야 할 책무”라며 “부적절한 포상은 끝까지 찾아내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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