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에 창호 누수, 시공상 하자 아냐”
해운대 초고층 ‘누수·공기 유입’ 분쟁
하자 손배 소송, 사업 시공사 청구 기각
부산 해운대 초고층 복합건물의 창호 누수를 둘러싸고 시공사와 하도급업체 간 벌어진 분쟁에서 법원이 하도급업체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시공상 결함이 입증되지 않았고, 보수 비용에 대한 시공사의 구상권 청구도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 34부(김창모 부장판사)는 지난 3일 A사가 하도급업체 B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A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번 분쟁은 A사가 시공한 부산 해운대구 복합건물 사업 중 창호 공사를 도급받은 B사 사이에서 발생했다. A사는 2016년 3월 B사와 691억원 규모의 공사계약을 체결하고 공사기간을 2019년 11월까지로 정해 시공을 맡겼다. 이후 계약금액은 779억원으로 증액됐고, 공사기간도 2021년 말까지로 연장됐다.
문제는 건물 준공 직후인 2020년부터 발생했다. 장마와 태풍 등 폭우가 발생할 때마다 일부 세대 창호에서 누수와 외부 공기 유입·지지 철물 변형 등이 발견됐다는 게 A사측 주장이다. 특히 몇몇 세대에서는 강풍과 함께 빗물이 유입되는 피해가 발생해 복구공사비로 6억9000여만원 비용을 지출했다고 A사측은 밝혔다.
이에 A사는 도급계약상 하자담보책임,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책임, 약정에 따른 구상금 지급 의무 등을 근거로 2023년 8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의 쟁점은 누수의 원인이 시공상 하자인지, 아니면 불가항력적인 자연재해인지 여부였다. 재판부는 감정인의 감정 결과를 토대로 B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2020년 해당 건물을 통과한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의 최대 풍동압이 국내 설계 기준(500Pa)의 약 1.84배에서 2.1배에 달하는 수치였다며 “이 사건 건물은 설계 기준에 따라 시공된 것으로 보이고, 해당 태풍은 통상의 예상 범위를 넘어서는 수준이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외벽 창호에서 누수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곧바로 시공상 하자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동일 태풍 상황에서 다른 건물 피해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 점, 하자보수 범위가 광범위해 실제 하자와 직접 관련 없는 부분이 포함된 점 등을 들어 누수 원인이 시공상 하자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외부 공기 유입 주장에 대해서도 “초고층 건물의 경우 엘리베이터 승강로 등으로 인한 기류 형성이 일반적”이라고 판단했다.
창호 변형 및 수직·수평 불량 주장 역시 “일부 오차가 시방서 허용 범위 내이거나 기능상 결함을 초래하지 않는 수준”이라고 배척했다.
아울러 2021년 양사가 체결한 약정과 관련해서는 “특정 시점까지 발생한 비용 중 피고 부담분을 정산한 것에 불과하다”며 “추가 비용이 모두 피고 책임이라는 전제가 인정되지 않은 이상 구상금 청구는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A사는 판결과 관련 “하자 여부 판단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는 사안”이라며 “현재 판결 내용을 면밀히 검토 중이며, 항소 여부를 포함한 대응 방향에 대해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