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피치마켓’ 만들기 프로젝트
겉과는 달리 속은 무척 신 레몬 같은 불량상품이 넘치는 시장을 ‘레몬마켓’, 속이 달콤한 복숭아와 같은 우량품이 거래되는 곳을 ‘피치마켓’이라고 부른다. 당연히 ‘피치마켓’에 혁신과 자본이 몰리고 자연스럽게 경제는 성장한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 애컬로프(George Akerlof)는 두 시장을 가르는 요인으로 수요자와 공급자 간 ‘정보의 비대칭성’을 꼽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품의 품질을 검증하는 절차를 만들어 양자 간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무형자산인 기술을 다루는 특허분야는 태생적으로 ‘레몬마켓’에 가깝다. 특허 문서만으로는 이 기술이 과거의 것들보다 얼마나 훌륭한지, 법적 분쟁에서 살아남을 정도로 안정적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타인의 특허를 구입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자신의 기술을 특허로 등록받아 활용하는 사람도 불안해한다. 결국 특허를 거래하고 사업화하는 시장이 위축되고 많은 특허가 사장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그렇다면 현재의 한국 특허시장은 어떠한가. 안타깝게도 ‘레몬마켓’이라고 할 수 있다. 연간 26만건 이상 출원되는 세계 4위 특허강국이지만 심사인력 부족 등으로 시장에서 원하는 심사품질과 속도를 담보하기 어렵다. “특허를 받는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받아도 활용가치가 높지 않다”는 현장목소리는 특단의 대책이 절실하다는 점을 웅변한다.
‘레몬마켓’에 머무를 것인가, ‘피치마켓’으로 갈 것인가. 이 중대한 기로 앞에서 치열한 고민 끝에 현장목소리를 담아 특허심사시스템을 혁신하기 위한 로드맵을 만들었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특허시장을 ‘피치마켓’으로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이자 행동계획이다.
그 첫걸음은 심사의 시계를 시장에 맞추는 것이다. 2029년까지 심사기간을 10개월 이내로 단축하는 한편 수출기업과 창업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초고속심사를 확대한다. 표준특허와 같이 시장이 성숙되는 시점에 맞춰 특허를 확보하도록 유연한 심사시스템도 갖출 예정이다. 또한 ‘안 되는 이유’에 집중하던 보수적 관행을 깨고 ‘기술의 가치’를 제대로 찾아주는 심사로 탈바꿈할 것이다. 고난도 기술은 세명의 심사관이 머리를 맞대는 유럽식 협의심사를 일상화하여 강한특허 창출을 돕는다. 나아가 특허의 신속한 확보를 가로막는 규제를 제거하여 현장과 호흡하는 역동적 특허 생태계를 조성할 것이다.
‘피치마켓’ 만들기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완수될 때 ‘오늘의 아이디어가 내일의 자산이 되는 대한민국’을 위한 단단한 기반이 비로소 완성될 것이다. 지식재산이 이끄는 ‘진짜 성장’의 시대, 가슴 뛰는 여정의 첫발을 힘차게 내딛는다.
김용선
지식재산처 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