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시장·구청장 3선 도전 속 “예전 같지 않다” 미묘한 변화
“뭐가 예쁘다고 빨간당 찍나” 탄핵 후폭풍
국민의힘 불만 불구 민주당 바람은 ‘글쎄’
“여가 어떤 동넨데예. 여기서 ‘이번엔 국민의힘 안 찍을 수도 있다’는 말이 여기저기 돈다는 것부터가 심상찮습니더.”
15일 부산 수영구 팔도시장에서 만난 상인 이 모(67)씨는 “윤석열 탄핵 이후에도 바뀔 생각은 안 하고 맨날 싸움만 한다는 말에 울화통이 터진다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수영은 민주당 계열에 단 한 번도 구청장을 내주지 않은 부산 대표 보수지역이다. 해운대와 함께 이른바 ‘부산의 강남’으로 불리고, 보수세가 유독 강한 지역으로 꼽힌다. 2018년 민주당 바람이 부산 전역을 휩쓸 때도 수영은 끝내 문을 열지 않아 6.3 지방선거 부산 전체 흐름에서 보수 균열 가능성을 비춰보는 시험대 같은 곳이다. 박형준 시장에겐 국회의원 뱃지를 달게 해 준 정치적 고향으로 강성태 구청장과 함께 각기 3선에 도전한다.
수영구청장 선거 구도는 관록의 정치인과 구의회 의장 출신 여성 정치인의 맞대결이다. 국민의힘은 3선에 도전하는 강성태 구청장을, 더불어민주당은 김 진 후보를 내세웠다. 수영에서조차 “이재명이나 전재수가 잘한다더라” “이번엔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이 흘러나오는 건 부산 민심의 미세한 균열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읽힌다.
실제 시장 안팎에서 만난 주민들 사이에선 7회 지방선거 때처럼 민주당이 싹쓸이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야채가게에서 만난 김 모(62)씨는 “지난 2018년처럼 ‘확 바뀌면 어쩌나’ 하고 수군댄다”고 했다. 옆에서 듣던 한 주민도 “맨날 탄핵이나 당하는데 젊은 사람들이 뭐가 예쁘다고 빨간당을 찍어주겠나”라고 푸념했다. 다만 이런 변화가 곧바로 민주당 우세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전재수 후보에 대해선 “이름은 안다” “시장 될 수도 있겠더라”는 주민이 적지 않았지만, 김 진 후보나 시·구의원 후보들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수영 특유의 지역 정서도 여전했다. 박형준 시장을 두고는 “한 게 뭐 있나” “잘하는데 뭘 바꾸냐”는 말이 엇갈렸지만, 그렇다고 그 불만이 그대로 구청장 선거까지 번지지는 않는 분위기였다. 오히려 “시장은 몰라도 구청장은 또 다르다”는 말이 더 많이 들렸다. 과일가게 주인 김 모(62)씨는 “요즘은 나이 든 사람들도 당보다 사람 보고 찍어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고 했다.
수영 바닥에 깔린 안정 선호와 보수 정서는 아직 만만치 않다. 다만 예전과 달리 민심이 보수 한쪽으로만 쉽게 정리되지 않는 것도 또렷해 보였다. 표가 움직일 수 있다는 긴장감은 분명 생겼지만, 그 변화가 실제 결과로 이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 밑바닥에는 먹고사는 문제를 더는 외면하지 말라는 요구가 짙게 깔려 있었다.
수영의 보수 기류 역시 쉽게 걷혔다고 보긴 어렵다. “아무래도 힘 있는 여당이 지역발전에 더 도움 안 되겠나”라는 말도 있었고, “민주당이 대통령에 국회까지 잡았는데 지방권력까지 다 가지면 되겠나”라는 견제론도 나왔다. “그래도 박형준도 3선, 강성태도 3선 하는데 마무리는 지어야 안 되나”라는 반응 역시 여전했다. 한 주민은 “지금은 욕하고 있어도 막상 닥치면 다 줄투표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재우 기자 dolboc@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