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후상박 기반 ‘유연안정성’ 구축해야”
‘이재명정부 노동구조개혁’
한국산업노동학회 토론회
이재명정부의 노동구조개혁을 둘러싸고 전문가들은 ‘유연화 중심 접근’을 넘어 노동시장 권력구조 재편과 안전망 강화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또한 정부가 제시한 ‘한국형 유연안정성’ 모델을 둘러싼 해석과 실행 경로를 놓고 논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한국산업노동학회(회장 이상호)와 국회노동포럼(대표 이학영)는 16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도서관에서 ‘이재명정부의 노동구조개혁,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기획토론회을 열었다.
권오성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주제발제에서 기존 노동개혁 담론을 ‘정규직 과보호론’에 기반한 왜곡된 접근으로 규정했다. 권 교수는 “정규직 과보호론에 기반한 박근혜정부의 노동개혁은 본질적으로 노동개악에 불과했으며 윤석열정부는 형식적으로 법치주의에 기반한 노동시장 개혁을 내세웠지만 스스로 불법과 탈법을 자행하는 사이비 노동개혁으로 전락시켰다”고 평가했다.
권 교수는 이재명정부 노동개혁의 방향을 “노동시장 구조 문제를 노동과 자본 간 분배 관계로 재구성하는 것”이라고 제시했다. 핵심은 임금체계를 기업 단위에서 사회적 임금 중심으로 전환하고, 초기업 교섭체계를 구축해 단체협약 효력을 확장하는 데 있다.
이를 통해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완화하고 헌법상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동법 역시 시장 효율성 도구가 아니라 “자본 권력을 통제하는 장치로 기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는 주제발표에서 이재명정부 노동정책의 핵심을 “경제성장과 함께하는 노동존중”으로 규정했다.
정 교수는 노동구조 개혁에 대해 “조직적 측면에서 고용노동부의 조직재편과 노동행정의 지방 이관 등에서 찾고 정책적 측면에서 산업안전, 노동기본권, 고용 및 노동시장 문제에 대한 적극적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정책 성공 조건으로 △집권 기간 내 일관된 정책 방향 유지 △갈등 사안에 대한 정부 리더십 △예측 가능한 정책 추진을 제시했다. 정책 방향이 흔들릴 경우 개혁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어진 토론에서 가장 큰 쟁점은 정부가 제시한 ‘한국형 유연안정성’ 모델이었다.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구체적 구현 방식에서는 견해 차이를 보였다.
권현지 서울대 교수는 “노동있는 산업대전환의 가능성과 전제조건을 제기하면서 이중구조화로 굳어진 노동시장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정상층부 노동자에 대한 정부의 유연화 요구는 조직노동자의 저항을 불러 일으킬 것”이라며 “이재명정부의 노동구조개혁은 포괄적 대타협이 아니라선별적 유연안정성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에서 유연안정성 논리는 실패한 정책으로 낙인찍혀 왔기 때문에 고용유연성을 추진하기 보다 질적 내부 유연화와 전환 안정성을 결합하는 방안을 찾기 위한 사회적 대화가 선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철승 서강대 교수는 “한국사회에서 유연안정성 전략이 실패하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은 자본시장과 마찬가지로 노동시장 조차 유연성과 안정성을 교환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조건준 아무나유니온 대표는 “유체화된 고용관계와 탈법과 편법이 횡행하는 사회적 풍토에서 더많은 사람에게 고용박스를 선물하는 방식으로 사회경제적 양극화와 노동사회의 격차 해소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