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비부담 커질수록 냉난방 줄였다

2026-04-20 05:24:26 게재

고려대, 공공임대 패널 분석 … ‘프리바운드 효과’ 확인

비아파트 취약 … 에너지·주거 정책 연계 필요

고려대학교 연구팀이 주거비 부담이 커질수록 냉난방 사용을 줄이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기후변화로 폭염과 한파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에너지 사용이 ‘선택’이 아닌 ‘제약된 행동’으로 나타난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19일 고려대에 따르면 이 대학 보건정책관리학부 박금령 교수 연구팀은 아일랜드 더블린국립대 리차드 월드런 교수팀과 공동으로 서울 공공임대주택 패널자료를 분석해 주거비 부담과 에너지 사용의 관계를 살폈다.

분석 결과 소득 대비 주거비 비중이 높은 시기에는 냉난방 사용을 줄이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비용 부담으로 필요한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현상을 ‘프리바운드 효과(prebound effect)’로 설명했다.

주거비 부담 변화에 따른 에너지 사용의 비대칭성도 확인됐다. 주거비 부담이 새로 발생할 때보다 부담에서 벗어날 때 에너지 사용 증가 폭이 더 크게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소득 대비 주거비 비율이 30% 이상이면 ‘부담 상태’로 분류된다.

주거 형태에 따른 격차도 뚜렷했다. 아파트 거주자는 주거비 부담이 늘어도 에너지 사용 변화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지만, 비아파트 거주자는 냉난방 사용을 큰 폭으로 줄였다. 단열·난방 효율이 낮은 주거 환경일수록 비용 부담이 곧 에너지 사용 축소로 이어지는 구조가 확인된 셈이다.

연구팀은 이를 단순한 개인 선택이 아니라 경제 여건과 주거 환경이 결합된 구조적 문제로 해석했다. 적정 온도를 유지하려면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취약 주거 환경일수록, 비용 부담 때문에 오히려 냉난방을 줄일 수밖에 없는 ‘역설’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는 건강과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박금령 교수는 “주거비 부담 완화 정책은 비용 경감에 그치지 않고 실제 에너지 사용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비아파트 등 취약 주거 환경에 대한 에너지 효율 개선과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에너지 정책 분야 국제학술지 ‘Energy Policy’에 4월 8일 게재됐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장세풍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