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 연령 하향 공론화…6호처분시설 부족 재점화

2026-04-20 13:00:16 게재

예산 핑퐁 여전, 조기개입 시급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연령 하향 문제만 논의하는 게 아니라 국가가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하는지 전방위적으로 살펴보는 중이다. 그동안 문제가 되어 온 6호 처분 시설 부족 문제도 함께 짚어보고 있다. 장기적으로 중앙은 물론 지방자치단체와도 논의를 확대할 계획이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19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이날은 촉법소년 연령 숙의토론회 2번째 날이기도 했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은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검토를 주문한 사항이다. 현행 소년법은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 청소년을 형사미성년자로 규정해 형사처벌 대신 보호처분을 내리도록 한다. 하지만 최근 저연령 청소년 범죄가 잇따르면서 연령 기준을 만 13세 미만으로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정부는 사회적 공론화 절차를 거쳐 입법 방향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19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에서 열린 ‘촉법소년 연령 시민참여단 숙의 토론회에서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제도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 김아영 기자

6호 처분은 소년법상 보호처분 중 하나다. 보호자에게 위탁할 수 없는 비행청소년 등이 아동복지시설이나 소년보호시설에서 생활지도와 교육을 받게 하는 조치다. 김형률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는 “수도권 5개 시설과 대전 고창 대구 등지에만 해당 시설이 있다”며 “최근 시설 부족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 소년법 제53조는 보호처분 집행에 드는 비용을 국가가 부담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6호 처분시설 자체의 설치와 운영은 아동복지법 체계 아래 지자체 소관으로 분류돼 비용 부담 주체가 이원화된 구조다. 기본적으로 국비와 지방비 매칭 펀드 형태(경우에 따라 민간 자부담)로 시설을 운영하는 체제로 부담을 느끼는 지자체들도 상당수다. 더욱이 지역마다 해당 시설이 없다 보니 지역 A에 사는 소년이 시설이 있는 B 지역으로 갈 경우 다른 지역의 문제를 떠맡는다는 불만이 나오는 게 현실이다. 이처럼 6호 처분을 받고도 입소하지 못하거나 수개월씩 대기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보호처분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구조적 문제로 오랫동안 지적돼왔다.

지원 체계의 빈틈은 시설 부족에만 그치지 않는다. 현지현 소년법 전문 변호사는 “보건복지부의 드림스타트 등은 경제적 취약계층만을 대상으로 한다”며 “결국 가정에 조기 개입하는 조치가 너무 부족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도 없다는 게 현재의 한계”라고 말했다.

강소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소년사법 제도가 실효적으로 작동하지 않았고, 이 제도가 유지되는 동안 범죄는 뚜렷하게 줄어든 적이 없으며 사회적 불안은 오히려 커졌다”며 “연령 하향을 단순히 처벌 확대 수단으로 볼 것이 아니라 조기 개입을 통해 재범과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것을 차단하는 보완적 접근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소년 사법 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현숙 탁틴내일 상임대표는 “우리나라처럼 소년을 구금하는 나라가 사실 많지 않다”며 “영국 등은 50명 이내 소규모 아동복지시설에 보내 복지적으로 접근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정환경과 아동 상황에 대한 종합적인 진단을 통해 적절한 복지 시설이나 서비스로 연계해야 한다”며 “비행 청소년 중 아동학대 피해자가 많은데, 아동학대 단계부터 조기 개입이 이뤄져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원 장관은 “이번 숙의토론 과정은 민주주의 측면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며 “이 의미 있는 논의 과정을 담은 백서를 만들어 다른 기관이나 조직에서 참조할 수 있도록 해 더 좋은 사례들이 나올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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