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청년층 입시·취업난 구조개혁 화두 던지고 떠나
오늘 4년 임기 마치고 퇴임, 통화정책 수장으로는 이례적 행보 평가
“역동적 청년있어 일본과 달라”…“고통 감수하고 노동·교육개혁 해야”
2022년 4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취임했다. 그는 취임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한국이 구조적으로 성장 잠재력을 상실해 자칫 일본과 같은 장기 저성장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 총재는 그러면서 다소 의외의 말도 했다. 그는 “한국이 일본과 비슷한 경로로 가고 있지만 우리 청년들의 진취적 역동성이 일본과 다르다”면서 “우리가 잘만 하면 일본과 다른 길을 갈 수도 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이 총재의 이러한 인식과 의지는 이후 임기 내내 각종 구조개혁 과제를 제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총재는 드러 내놓고 “한은이 좀 시끄러우면 어떠냐”며 ‘씽크탱크’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다. 조직도 개편했다. 조사와 분석, 예측 능력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 한은이 내놓은 개혁과제도 대체로 청년세대 문제에 집중됐다. 특히 청년들의 취업과 입시난 등을 주제로 한 현실 분석과 나름의 대책은 사회적 논란이 됐다.
대표적으로 2024년 8월에 발표한 ‘입시경쟁 과열로 인한 사회문제와 대응방안’이라는 보고서에서는 사실상 지역별 대학입시 쿼터제를 주장해 파장을 일으켰다. 지역별로 학령인구 비중을 반영해 서울에 있는 대학 학생 선발에 반영하자는 ‘지역별 비례선별제’ 도입을 주장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서울 강남지역 학생들이 상위권 대학에 지나치게 많이 입학하기 때문에 이 지역 학생수에 비례해 입학을 제한하자는 제안으로 해석돼 논란을 빚었다. 하지만 한은은 이러한 다소 급진적 입시정책을 도입하지 않으면 지역별 불균형 성장과 부동산시장 불안정 등을 극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취업과 능력개발 등 청년을 위한 노동시장 개혁에도 주목했다. 노동시장 핵심 현안인 △정년 연장 △임금체계 △고용유연성 등에 대해 각종 데이터와 모형분석을 통해 대안을 제시했다. 예컨대 지난해 4월 ‘초고령사회와 고령층 계속근로 방안’에서는 “2016년 정년이 60세로 연장되면서 50대 후반 근로자 1명 늘어날 때 청년층은 평균 1명(0.4~1.5명) 감소했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특히 청년들이 취업 우선순위로 꼽는 ‘노조가 있는 대기업’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고 발표해 노동계 반발을 사기도 했다. 보고서는 결론적으로 “임금삭감 없는 정년연장은 청년층 일자리만 뺏는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통화정책을 책임진 중앙은행 행보에 한은 안팎에서는 여러 평가가 나왔다.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는 가운데 성장 잠재력을 재고하기 위한 불가피한 개혁과제를 과감하게 제시했다는 긍정적 평가부터 ‘한은 본연의 역할이나 잘하라’는 부정적 비판까지 다양했다.
한은 관계자는 “침묵을 미덕으로 삼던 한은 조직문화를 일대 혁신했다”면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한국사회 구조적 개혁과제를 구체적 대안과 함께 제시한 것은 할 말은 하는 중앙은행으로서 역할을 다 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한은이 제시한 개혁과제가 구체적 현실에서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 노동관련 부처 한 관계자는 “한은이 제기하는 개혁과제에 대해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면서도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있는 개혁과제를 진전시키려면 노사정은 물론 정치권과도 긴밀한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총재는 20일 이임사를 통해 “저출생과 저성장 문제는 통화·재정정책 같은 단기 처방보다 고통을 감수하더라도 노동, 교육 등의 구조개혁을 해야한다”며 “4년 전 취임사에서 ‘통화·금융정책의 울타리를 넘어 국내 최고의 싱크탱크’가 되자고 한 마음은 지금도 같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그러면서 “구조개혁은 현재진행형인 만큼 앞으로도 한은이 교육 주거 균형발전 청년고용 노인빈곤 등 당면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위한 중장기 과제를 계속 연구해 달라”고 당부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