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장병원 환수액, 실운영자에 더 많이 부과 가능”

2026-04-20 13:00:26 게재

원심 “명의자에 부과한 범위 넘을 수 없어”

대법 “책임 경중 따라 재량 판단” 파기 환송

이른바 ‘사무장병원’에서 부당하게 지급된 요양급여비용을 돌려받을 때 의료기관 명의자(법인)보다 실질적 개설자(운영자)에게 더 많은 금액을 부과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무장병원은 비의료인이 의료인이나 의료법인의 명의를 대여해 개설한 병원을 말한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A의료법인과 요양병원의 실질적 운영자였던 이사장 B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비용환수처분취소 사건에서 원심을 일부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A의료법인이 충남 금산에서 개설·운영하던 요양병원이 의료법상 무자격자 개설 금지 규정을 위반한 ‘사무장병원’에 해당한다고 보고 2018년 12월 약 174억원의 요양급여비용을 부당이득금으로 징수하는 처분을 내렸다. 이후 일부를 감경해 부당이득징수금은 A의료법인은 약 66억원, B씨에 대해서는 68억여원으로 확정됐다.

이에 대해 A법인과 B씨는 환수 처분이 위법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쟁점은 실질적 병원 개설·운영자에게 명의자인 법인보다 더 많은 부당이득을 징수할 수 있는지였다.

1심은 해당 요양병원이 의료법을 위반해 개설된 의료기관에 해당하고, 요양급여 비용 전부가 환수 대상 범위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A재단에 대한 환수 처분은 전부 취소돼야 한다고 봤다. 1심은 B씨가 요양병원 개설·운용을 독자적으로 주도하고, 수익 상당 부분을 취득한 점 등을 들며 건보공단이 A재단과 B씨의 역할·책임 정도를 구분하지 않은 채 전액 환수를 결정한 것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2심은 건보공단이 내부 지침에 따라 환수 금액을 A재단 약 66억원, B씨 약 68억원으로 감경한 점을 반영했다.

다만 실질 운영자인 B씨에게 부과할 수 있는 부당이득 징수금은 A재단에 대한 징수금 범위를 넘을 수 없다고 보고, 이를 초과하는 부분을 취소했다.

옛 국민건강보험법은 사무장병원처럼 부당하게 요양급여를 받은 경우, 요양기관뿐 아니라 실질 운영자에게도 연대해 환수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B씨에 대한 원심의 판단은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보고 해당 부분에 대해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실질적 개설·운영자의 책임 경중에 따라 명의자에게 부과하는 액수를 초과할 수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명의자·개설자의 역할과 불법성 정도, 의료기관 운영 성과의 귀속 여부 등에 따라 명의자의 책임과 개설자의 책임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부당이득 징수 규정의 법적 성질, 입법 취지 등을 종합하면 실질적 개설자는 명의자에 독립해 부당이득 반환 의무를 부담하되 연대 책임을 지는 관계”라며 “책임 경중에 대한 재량적 판단의 결과로 명의자에 부과되는 징수금을 초과할 수 있다”고 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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