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컨설팅 검사’ 시동…KB·신한자산운용 검사 착수
금융상품 ‘설계·제조 등 단계별 내부통제’ 대상
제재 아닌 컨설팅 목적, 제도 개선에 초점 맞춰
하반기에 은행·보험 등 전 업권으로 확대될 듯
금융감독원이 올해 첫 컨설팅 검사에 착수했다. 컨설팅 검사는 위법·위규 사항에 대한 제재 보다는 제도 개선에 초점을 두고 진행된다. 금융당국은 올해 컨설팅 검사를 금융업권 전체로 확대 시행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20일 KB자산운용과 신한자산운용에 대한 현장 검사를 시작했다. 금융상품 취급단계별 내부통제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기 위해서다. 금감원은 검사 착수와 동시에 제재가 아닌 컨설팅 목적의 검사라는 점을 통보했다.
금감원은 올해 금융투자부문 검사계획을 발표하면서 고위험 금융투자상품의 설계 및 판매상품 선정 과정의 적정성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증권사 거점점포의 상품판매 프로세스와 본점 내부통제 연계 검사, 상품 출시 단계별 책무배분 및 불완전판매 시나리오도 점검하기로 했다.
실제 소비자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사전 예방적으로 점검을 실시해 불합리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금감원의 올해 주요 검사 테마 중 하나는 금융투자 상품의 설계 제조 판매에 관한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회사의 내규가 법의 취지를 잘 반영하고 있는지, 내규가 실제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보기 위한 것”이라며 “제도 개선을 이끌어 내려면 제재보다는 컨설팅 검사라는 점을 명확히 해서 금융회사와 의사소통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금융투자업계에 대해 지난해 컨설팅 검사를 진행 한바 있다. 검사를 통해 회사채 발행 주관사 업무와 관련해 증권업계에서 관행처럼 해온 ‘캡티브 영업’에 대한 제도개선에 나섰다.
증권사 6곳(삼성·미래에셋·신한·한국투자·NH·KB)은 기업금융(IB) 부서가 회사채 주관 업무를 따내기 위해 채권 운용 부서와 계열사들의 수요예측 참여를 약속한 것으로 검사 결과 드러났다. 계열사들의 수요예측 참여로 조달금리를 낮추는 방식으로 영업을 해왔다는 것이다. 또 손실을 IB부서가 주관·인수 수수료로 보전해주거나 이를 검토한 사실도 확인됐다.
금감원은 이들 증권사에 대해 경영유의 조치를 내리면서 내부통제 장치 마련 등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지난해 말에는 해외투자 관련 투자자 보호 실태를 점검하기 위해 주요 증권사를 대상으로 ‘사전예방적 투자자 보호검사’에 착수했는데, 이 역시 컨설팅 검사의 성격이 컸다.
현재 금융투자업계 중심으로 시작된 컨설팅 검사는 올해 하반기 금융업권 전반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재정경제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는 올해 1월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을 조건부 유보하면서 여러 조건을 걸었는데 그 중 하나가 컨설팅 검사다. 공운위는 금감원의 업무혁신을 위해 제재 위주에서 사전·컨설팅 검사방식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했다.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검사·제재 등과 관련한 제도 개선 TF를 구성하고 현재 방안을 논의 중이다. 제도 개선안이 내달 발표될 가능성이 높고 하반기에는 시행될 전망이다.
은행과 보험 등 다른 업권에서는 컨설팅 검사 계획이 없고, 금투업권에 대해서만 컨설팅 검사 계획이 공개되면서 금감원 내부에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10년 전 진웅섭 금감원장 당시 실시했던 컨설팅 검사 이후 검사 역량이 약화됐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진 원장은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금융회사에 대한 종합검사를 점진적으로 축소한 뒤 폐지하겠다”고 밝힌 후 종합검사는 경영실태평가로 대체됐고 내부적으로는 ‘물검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한동안 위법·위규 적발을 위한 검사가 느슨해지면서 도제식 교육으로 이어져 왔던 검사 노하우가 끊겼다는 말도 나왔다.
금감원 관계자는 “수시 검사에서 필요한 사안에 맞게 컨설팅 검사를 진행하는 만큼, 위법·위규 적발을 위한 검사는 그대로 실시하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우려를 할 필요는 없다”며 “사전 예방이 필요한 부분은 실제 제재를 하기도 쉽지 않다는 점에서 컨설팅을 통한 제도 개선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