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소송법, 소급 적용 놓고 정면 충돌

2026-04-21 13:00:26 게재

국회 공청회 앞두고 여야·정부·재계 입장 엇갈려

“피해 구제” vs “소송 폭증” … 제도 설계 최대 변수

집단소송법 도입 논의가 국회 공청회를 앞두고 ‘집단 피해·개인 구제’ 구조를 둘러싼 소급 적용 논쟁으로 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피해 구제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과거 사건까지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과 법적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맞서면서 입법 방향을 가를 최대 변수로 떠오른 상황이다.

집단 피해가 발생해도 개별 소송 구조에 묶여 실질적인 배상으로 이어지지 않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소급 적용 논쟁도 커지고 있다.

최근 논의에서는 손해 발생 시점 기준 3년 범위 내 소급 적용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오는 22일 집단소송법 도입 관련 공청회를 열고 전문가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공청회 이후 법안심사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거쳐 본격적인 처리 절차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 입법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3년 소급” vs “법체계 위배” = 정치권에서는 소급 적용 여부를 두고 입장이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규모 피해 사례를 고려해 일정 범위 내에서 과거 사건에도 집단소송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최근 논의에서는 ‘손해 발생 시점 기준 3년’ 범위 내 소급 적용 방안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일 법사위 법안1소위원회를 마치고 “논의의 핵심은 3년 전 사건까지 소급 적용할지 여부였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소급 적용 자체에 반대하고 있다. 기존 법 체계에서 소급 적용은 예외적으로만 인정돼 왔고, 집단소송처럼 파급력이 큰 제도에 이를 적용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미 진행 중이거나 종결된 사건과의 충돌 가능성도 주요 근거로 제시된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그동안 어떤 법에서도 소급 적용을 주장한 사례는 없다”며 “제도 도입 시 기존 소송과의 충돌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와 사법부의 입장도 엇갈리고 있다. 법무부는 집단적 피해 구제 수요를 이유로 소급 적용을 포함한 제도 확대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입법 시기에 따라 피해 구제 여부가 달라지는 불합리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반면 법원행정처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미 진행 중인 소송이나 확정 판결과의 관계에서 분쟁이 확대될 수 있고, 기판력 문제 등 법적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처럼 입법·행정부·사법부 간 시각차가 드러나면서 제도 설계를 둘러싼 논쟁은 한층 격화되는 양상이다.

◆재계 “주주 피해 우려”…옵트인 전환 요구 = 재계도 본격적으로 대응에 나섰다. 한국경제인협회는 국회에 의견서를 제출하고 집단소송 도입이 기업 경영 부담을 넘어 주주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소송 대응 비용 증가와 경영 불확실성 확대가 기업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논리다.

특히 재계는 소급 적용 조항 삭제와 함께 소송 참여 방식도 ‘옵트아웃’이 아닌 ‘옵트인’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옵트아웃은 별도 의사 표시가 없으면 전체 피해자가 자동으로 소송 대상에 포함되는 방식이다. 소송 참여를 명시적으로 제한해 남소 가능성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다. 반면 옵트인은 소송 참여 의사를 밝힌 피해자에게만 판결 효력이 미치는 구조다.

원고 자격 요건 강화와 소송 범위 제한 필요성도 함께 제기했다.

여당 일각에서는 재계가 가장 우려하는 소급 적용 범위에 대해 일부 완화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제도의 핵심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 12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등 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소비자 안전 및 소비자 권익 확보를 위한 집단소송법 도입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공청회가 법안 설계 시험대 = 전문가들은 집단소송법 논의가 도입 여부를 넘어 구체적 설계 단계로 넘어갔다고 보고 있다. 적용 범위, 소급 적용 여부, 참여 방식 등에 따라 소비자 보호 수준과 기업 부담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자동차 결함과 화재, 배출가스 조작, 개인정보 유출 등 대규모 소비자 피해가 반복돼 왔다는 점도 소급 적용 논쟁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특히 소급 적용과 옵트아웃 방식은 피해 구제 범위와 소송 증가 가능성을 동시에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꼽힌다. 제도를 강하게 설계할 경우 소비자 보호는 강화되지만 기업 부담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고, 반대로 제한적으로 설계할 경우 제도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균형이 요구된다.

이번 공청회는 집단소송법이 ‘피해 구제 중심 제도’로 갈지, ‘기업 부담을 고려한 제한적 제도’로 조정될지를 가르는 첫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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