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제재 하세월…홍콩ELS·MBK·고려아연·영풍

2026-04-22 13:00:01 게재

‘조단위 과징금 감경’ 금융위 결정 못 내려

홈플러스 사태 MBK 책임 부과 ‘지지부진’

고려아연·영풍 분식회계, 증선위 일정도 미정

금융당국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등 주요 제재 안건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하면서 징계가 늦어지고 있다.

제재의 적시성이 떨어질 경우 실효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으며, 제재 대상자 입장에서도 제재 수위와 시점이 불확실해지면서 경영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다.

2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홍콩H지수 ELS 사태 관련 제재 안건을 논의하기 위해 5~6차례 안건 소위원회를 열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달 29일 예정된 정례회의에 안건을 상정하지 못하면 제재 결정은 다음 달로 넘어간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2월 5개 은행에 대한 1조4000억원 규모의 과징금 부과 안건을 금융위원회에 상정한 이후 논의가 3개월째로 접어들게 되는 것이다. 29일 이전에 열리는 안건 소위원회에 아직 ELS 제재 건이 포함돼 있지 않지만 임시 회의를 열고 논의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에서 논의가 길어지는 이유는 과징금을 얼마나 줄일지 감경 폭을 놓고 내부적으로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5개 은행 중 과징금 규모가 9000억원에 육박하는 KB국민은행의 감경 폭이 가장 큰 쟁점이다.

국민은행이 자율배상을 통해 약 7000억원을 피해자들에게 배상한 만큼, 사후적인 피해 회복 노력 등을 고려해 과징금을 줄여주는 방안이 논의됐다. 문제는 감액 폭이다. 국민은행은 지난해말 ELS를 비롯해 공정거래위원회의 담보인정비율(LTV) 과징금 등과 관련해 3330억원 가량을 기타충당부채로 처리했다. 공정위 LTV 과징금 규모는 697억원이다.

공정위 과징금을 제외하면 2500억~3000억원을 ELS 과징금 부과에 따라 지출될 금액으로 산정해놓은 것이다. 금융당국의 과징금 부과액이 약 60~70% 줄어야 가능한 금액이다.

과징금 부과액이 예상 규모를 넘어설 경우 은행측이 행정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소송 부담과 함께 만약 제재 결정이 법원에서 뒤집힐 경우 금융당국 제재의 신뢰도와 권위가 흔들릴 수 있는 사안이라 금융위의 고심이 길어지고 있다. 반면 ‘작량감경’이라는 금융당국의 재량권을 적극 사용해 과징금을 대폭 깎아줄 경우 금융소비자보호법 취지를 훼손하고 ‘솜방망이 징계’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구속영장 재청구 촉구 홈플러스 물품구매전단채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와 금융정의연대,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지난 15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MBK 김병주 회장과 홈플러스 김광일 대표 등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및 신속한 기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 비대위 제공

홍콩H지수 ELS 사건과 함께 MBK파트너스에 대한 제재 논의 역시 지지부진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직무정지가 포함된 중징계안을 MBK파트너스에 사전 통지하고 이후 제재심을 시작했다. 1월 2차례 제재심을 열었지만 이후 논의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법원에서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금감원 제재의 법적 논리가 흔들리게 됐다는 관측과 함께 MBK파트너스의 사후수습 노력을 좀 더 압박하기 위해 ‘제재 카드’를 살려두고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회생 절차에서 1000억원의 긴급자금을 투입한 시점 이후로 제재 논의가 멈췄기 때문이다.

홈플러스 피해자들은 김병주 회장과 홈플러스 김광일 대표 등 핵심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와 금융당국의 신속한 제재를 촉구하고 있다. 제재가 늦어질수록 징계의 시의성이 떨어지고 MBK파트너스에 대한 책임 규명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에서 근무했던 금융권 관계자는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법률 격언이 있듯이 사법 처리와 행정 제재는 시의성과 적시성이 담보돼야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함께 고려아연과 영풍의 분식회계 사건도 이달 초 감리위원회 심의가 끝났지만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 일정이 잡히지 않고 있다. 이 사건은 금감원이 2024년 10월 회계심사에 착수한 이후 회계기준 위반 혐의를 포착, 한달 만에 회계감리로 전환됐다.

올해 초 금감원 감리가 끝났지만 감리위에서 3개월 가까이 공방이 이어졌다. 감리위는 두 회사 모두 고의 분식회계혐의에 무게를 둔 결론을 내렸다. 사건은 증선위로 넘어갔지만 안건 상정 일정이 잡히지 않고 있으며, 논의가 시작되더라도 또다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됨에 따라 제재 결과가 언제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금감원 원안대로 제재가 확정될 경우 검찰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사법 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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