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설계사는 개인정보처리자 아니다”

2026-04-22 13:00:13 게재

1·2심, 설계사가 빼낸 정보로 계약 변경 ‘유죄’

대법 “정보처리 결정권한 보험사에 있어” 파기

보험설계사는 개인정보보호법 상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개인정보 처리에 관한 종국적인 결정 권한은 보험설계사가 아니라 보험회사에 있다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최근 사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보험설계사 A씨의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보험설계사인 A씨는 B씨와 공모하고 B씨가 보험상담원에게 전화를 걸어 A씨의 고객인 C씨가 가입한 보험의 특약 해지, 계약의 보장내용 변경 등을 신청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보험설계사로서 보험 가입 및 고객 관리를 위해 수집한 고객 C씨의 생년월일, 주소, 연락처 등을 이용했다. 검찰은 A씨가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함에도 고객의 개인정보를 수집 목적 범위를 넘어 이용했다며 기소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보험설계사를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처리자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처리자가 법에 규정된 수집 목적의 범위를 초과해 개인정보를 이용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한다.

1심과 2심은 A씨를 개인정보처리자로 보고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죄를 유죄로 인정했다. 1심과 2심은 A씨를 개인정보처리자로 보고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죄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A씨를 개인정보처리자로 볼 수 없다며 2심 법원에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돌려보냈다. 개인정보 처리에 관한 ‘결정 권한’을 가진 보험회사를 개인정보처리자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누가 개인정보처리자인지는 개인정보 처리의 목적, 내용, 방법, 절차 등 개인정보 처리에 관한 사항을 종국적으로 결정하는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개인정보 처리의 목적이 누구의 고유한 업무 및 이익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지, 그 목적 달성을 위해 개인정보를 처리할 때 실질적 지휘·감독을 누가 하는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대법원은 “보험회사에 소속된 보험설계사가 보험계약의 체결을 중개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 처리 행위를 하더라도 그 목적은 보험회사의 고유한 업무 및 이익과 밀접한 관련성을 맺게 돼 개인정보 처리에 관한 사항의 종국적 결정 권한이 보험회사에 있다고 볼 여지가 높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법원은 A씨가 개인정보처리자가 아니라도 범죄 행위자와 법인을 같이 처벌하는 양벌규정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은 별도 논의 대상이라고 밝혔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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