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외화취득까지 확인할 의무 없어”
법원, 파라다이스 ‘외환확인 의무위반’ 무죄판결
570억원 외환거래 … “형벌법규 확대 해석 금지”
카지노 환전 과정에서 고객이 가져온 외화가 과거에 적법하게 신고된 자금인지까지 확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진 파라다이스 법인과 직원들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외국환거래법상 확인 의무는 ‘당해 외환거래’에 한정되며, 거래 이전 단계의 외화 취득까지 확인할 의무는 없다고 판단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19단독 임혜원 부장판사는 지난 16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카지노 운영사 파라다이스와 전 영업회계팀장 홍 모씨, 후임자 김 모씨에게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홍씨 등은 2019년 8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서울 광진구 카지노 내 환전소에서 일본인 고객 등으로부터 816회에 걸쳐 571억원 상당의 외화를 매입하면서, 해당 외화가 세관에 신고된 것인지 등을 확인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미화 2만달러를 초과하는 외환 매입 시 환전업자는 고객의 외화 취득 경위와 신고 여부를 엄격히 확인해야 한다고 봤다.
쟁점은 외국환거래법 제10조 제1항이 규정한 ‘확인의무’의 범위였다. 법원은 해당 조항의 문언 등을 근거로 외국환업무취급기관이 확인해야 할 대상은 고객과의 당해 외환거래에서의 ‘지급·수령’이 허가 또는 신고 대상인지 여부에 한정된다고 판단했다.
임 부장판사는 “환전영업자가 외국통화를 매입하면서 그 이전에 별도로 이루어진 고객의 외국통화 취득이 신고 대상인지 여부까지 확인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확인의무와 관련해) 시행령이나 고시에 위임된 의무 규정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어 “ 구 외국환거래법 제12조에 따른 행정처분은 가능하더라도 형사처벌 규정은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임 부장판사는 “형벌법규는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며 문언의 의미를 벗어나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확장 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면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들이 법에서 정한 확인 의무를 위반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파라다이스측은 판결 이후 “관세청 정기 수검 과정에서 환전영업자의 확인 의무 범위를 둘러싼 법리 해석 차이가 있었고, 이번 소송으로 이어졌다”며 “판결로 환전 업무 프로세스가 법적 테두리 안에서 적정하게 운영돼 왔음을 확인받았다”고 밝혔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