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전력수요 전망, 여전히 갈 길 멀다
미국도 논란, 12차 전기본 방법론 개선 … 시설 정의는 물론 기초 자료도 불충분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전력수요 전망안을 계기로 데이터센터 관련 자료 확보 문제가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해 감사원의 데이터센터 전력수요 엉터리 예측 지적 이후 새로운 방법론(서버 스톡 방식)을 적용했지만 한계는 여전했다. 향후 데이터센터 관련 기술이나 수요가 빠른 속도로 늘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22일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제12차 전기본 수립 총괄위원회는 서울 양천구 한국방송회관에서 공개 토론회를 열고 2040년 전력 수요 전망 잠정안을 공개했다. 전기사업법에 따라 2년마다 수립되는 전기본은 15년간의 △전력수급 기본방향 △장기 전력수급 전망 △발·송전 설비계획 등을 담는 중장기 전력 정책의 근간이다. 12차 전기본은 이재명 정부 첫 중장기 전력 수급 계획으로 계획기간은 2040년까지다.
2040년 연중 최대전력(특정 기간 중 전력사용이 최대인 순간의 전력수요)은 △기준 시나리오 131.8GW △상향 시나리오 138.2GW로 전망됐다. 11차 전기본 최종연도인 2038년 목표수요 129.3GW를 웃돈다. 이 중 데이터센터로 인한 추가수요(추세 대비 증분)는 기준·상향 시나리오 공통으로 △전력소비량 26.5TWh △최대전력 4.0GW의 단일값으로 제시됐다. △전기화(17.2GW) △첨단산업(4.0GW)과 달리 데이터센터만 시나리오 구분 없이 같은 수치를 적용한 것은 ‘구체화된 투자계획 중심으로 반영했다’는 이유에서다. 기준 시나리오는 현재 경제성장 흐름이 유지되고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53% 이행을 가정했다. 상향 시나리오는 경제성장이 낙관적이고 2035년 NDC 61% 이행을 고려했다.
하지만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전망 잠정안을 만들기 위한 과정을 들여다 보면 말처럼 간단하지 않다. 기후부 관계자는 “1990년부터 현재까지의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과 계약 전력 등을 토대로 가상의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개수를 역산해 표준 모형을 만들었다”며 “여기에 정부가 발표한 △GPU 확보 계획 △랙(서버를 꽂아 넣는 선반 형태의 금속 프레임) 밀도 변화 △전력사용효율(PUE) 개선치 등 수많은 전망 값을 반영해 최종 수치를 산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데이터센터 종류가 너무 다양하고 규모도 제각각이어서 계약전력 5MW 이상 시설만을 별도 수요로 분리해 전망 대상으로 삼았다”며 “전망값이 많다 보니 검증도 쉽지 않아 11차 전기본 방식으로 교차 검증하고 국제에너지기구(IEA)·블룸버그NEF 등의 인공지능 확산 초기 성장률과도 비교해 타당성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간단히 설명하면 데이터가 부족해 불확실성 범위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단일 수치로만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수요 전망 산정 과정이 엉터리라는 얘기는 아니다. 11차 전기본이 과거 계약전력 추세를 연장하는 방식으로 데이터센터 수요를 산정했다면, 12차에서는 CPU·GPU 서버 대수를 기반으로 전력수요를 역산하는 ‘서버 스톡 기반 상향식 접근 방식’으로 전환해 완성도를 높였다는 게 기후부의 설명이다. 이는 지난해 감사원이 11차 전기본의 데이터센터 수요 예측이 부정확한 현황 파악과 근거 없는 수요 증가율 조정에 기반했다는 지적을 보완한 것이기도 하다.
데이터센터 수요 전망 어려움은 국제적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7일 미국 텍사스트리뷴의 보도에 따르면 텍사스 계통운영기관(ERCOT)이 2032년까지 피크 수요가 현재의 4배에 달할 수 있다는 장기 전망을 내놓자 텍사스 공공유틸리티위원회(PUCT) 회의에서 “실제 수요보다 높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왔고 ERCOT도 수정이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전력 시장 구조는 다르지만, 데이터센터 수요를 얼마나 정확히 전망하느냐는 문제는 국제적으로 공통 과제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이번 데이터센터 수요 전망 잠정안의 경우 굉장히 보수적으로 계산이 됐고 지금 방식이 현실적으로 최상이었을 것”이라며 “데이터센터가 단기간에 확 설립될 수는 없는 게 현실이고, 전기본도 2년마다 보완할 수 있으니 추후 변화가 생기면 반영해도 크게 문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보다 정확한 수요 전망을 위해 가야 할 길이 멀다. 데이터센터 정의는 물론 관련 정부 통계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황이다. 데이터센터 관리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최근에는 데이터센터를 전력망 관리 체계 안으로 편입시켜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린다. 발전 설비에만 그리드코드(전력망 기술기준)가 적용돼 데이터센터의 경우 실제 운영 데이터를 전력 당국에 의무 제출할 근거가 없는 상태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