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등 민생분야 담합 초강경대응…담합 반복하면 시장 퇴출

2026-04-23 13:00:03 게재

공정위 ‘반복담합 근절방안’ 발표 … 과징금 가중 상한 2배로 확대

자진신고 감면 혜택 축소·제한 … 공공입찰 참가자격 제한도 강화

영업정지·등록취소 요청권 신설 … “고질적 담합 악습 뿌리 뽑겠다”

정부가 설탕, 인쇄용지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고질적 담합을 뿌리 뽑기 위해 강력한 제재방안을 내놨다. 담합을 반복하는 사업자에 대해 경제적 징벌을 대폭 강화하는 것은 물론,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시킬 수 있는 법적 근거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반복담합 근절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최근 주요 사업자들이 과징금 부과 후에도 또다시 담합을 저지르는 등 현행 제도의 억제력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구윤철 부총리가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TF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솜방망이 처벌 끝? = 이번 대책의 핵심은 ‘반복할수록 감당하기 힘든 경제적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반복 담합 사업자에 대한 과징금 가중 상한을 현재보다 2배가량 대폭 높인다. 그동안은 과거 위반 횟수와 벌점에 따라 최대 50%까지 과징금을 가중할 수 있었다. 앞으로는 상습 위반자에 대해 최대 100%까지 가중할 수 있도록 과징금 고시를 개정한다.

담합 적발의 핵심 수단인 ‘리니언시(자진신고 감면제도)’도 상습 위반자에게는 엄격해진다. 그동안은 과거 담합 이력이 있어도 자진신고만 하면 과징금을 전액 면제받을 수 있었다. 앞으로는 5년 내 일정 횟수 이상 담합을 반복한 사업자가 자진신고를 할 경우 감면 혜택을 대폭 축소하거나 아예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담합을 반복하면서 리니언시를 ‘면죄부’로 악용하는 전략적 행위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반복하면 시장 퇴출 ‘초강수’ = 반복 담합 업체는 앞으로 공공입찰에 참여할 수 없게 한다. 현재는 ‘입찰 담합’으로 일정 벌점(5점) 이상을 받은 경우에만 조달청 등에 입찰 참가자격 제한을 요청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가격 담합이나 생산량 담합 등 이른바 ‘경성 담합’을 반복하는 경우에도 공공입찰 참여를 제한할 수 있도록 공동행위 심사기준을 개정한다.

특히 담합 반복성이 짙은 사업자에 대해서는 공정위가 의무적으로 입찰 참가자격 제한을 요청하도록 규정화할 방침이다. 이는 국가 재정에 막대한 피해를 주는 담합 기업이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 사업에서 이익을 얻는 모순을 바로잡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가장 강력한 수단은 법적 지위를 박탈하는 ‘시장 퇴출’ 명령이다. 공정위는 상습적이고 중대한 담합으로 시장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한 사업자에 대해 관계부처에 영업정지나 등록취소를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명문화하기로 했다.

현행법상으로도 일부 업종별 개별법에 영업정지 규정이 있지만, 공정위의 요청이 직접적인 사유로 명시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공정위는 건설산업기본법 등 관련 개별법에 ‘공정위가 영업정지 및 등록취소를 요청하는 경우’를 행정처분 사유로 추가하는 입법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배상책임 강화로 실효성 제고 = 담합으로 인한 피해보상 체계도 강화된다. 반복 담합으로 인해 국민이 입은 피해를 실질적으로 보상받을 수 있도록 손해배상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하고, 소송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담합 증거를 보다 쉽게 확보할 수 있도록 자료 제출 명령 제도를 활성화할 방침이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담합은 시장경쟁 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가장 중대한 위반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업종에서는 관행처럼 반복되고 있다“며 ”이번 대책은 상습 위반 사업자에게 ‘담합은 곧 패가망신’이라는 인식을 심어줌으로써 시장의 룰을 근본적으로 바로 세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번 근절방안 중 시행령이나 고시 개정으로 가능한 사안은 상반기 중 즉시 시행하고, 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은 하반기 국회에 제출해 조속히 입법화할 계획이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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