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4일 개정 담배사업법 시행 | 규제 늦고 시장이 먼저 움직였다

입법 지연에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 ‘이중 공백’ 시장 우려

2026-04-23 13:00:01 게재

비과세 재고·무검증 유통 겹쳐 가격·안전 동시 왜곡 조짐

규제 도입에도 과거 물량이 지배 … 시장 혼란 장기화 우려

오는 24일 담배사업법 개정안 시행으로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가 처음으로 법적 ‘담배’에 포함된다. 그러나 규제 도입 시점과 시장 형성 시점이 크게 어긋나면서 정책 효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비과세 재고와 무검증 유통이 동시에 존재하는 ‘이중 공백’ 구조 속에서 규제가 시작되면서 시장 혼란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2016년 이후 이어진 입법 공백은 단순한 지연을 넘어 ‘새로운 시장’을 만든 시간이었다는 평가다.

23일 국회 등에 따르면 합성니코틴 전자담배는 기존 담배사업법이 ‘연초의 잎’을 기준으로 담배를 정의하면서 규제 대상에서 제외돼 왔다. 니코틴을 흡입하는 방식은 같지만 원료 기준에 따라 규제가 달라지는 ‘이중 구조’가 형성됐고 이는 시장 확대의 출발점이 됐다. 동일한 소비 행위임에도 규제 여부가 달라지는 구조는 시장 참여자에게 명확한 신호로 작용했다. 규제가 없는 영역이 곧 사업 기회로 작동한 셈이다.

이 구조는 단순한 규제 공백을 넘어 경제적 유인으로 작동했다. 규제가 없다는 것은 곧 비용이 낮다는 의미다. 업계 입장에서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 가격 구조와 진입 장벽이 낮은 시장이 동시에 형성된 셈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같은 니코틴인데 세금이 없다는 건 사실상 가격 경쟁에서 이미 승부가 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 결과 합성니코틴 제품은 빠르게 확산됐고 기존 담배 시장과 별도의 영역을 구축했다. 규제 부재가 시장 성장 조건으로 작동한 사례라는 분석이 나온다.

◆세금 없는 가격 구조에 시장 팽창 = 입법 지연은 이러한 흐름을 고착시켰다. 국회는 2016년부터 합성니코틴 규제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업계 반발과 정치권 이견 속에 법안은 발의와 계류를 반복했다. 일부에서는 과세 확대에 따른 소비 위축과 산업 위축을 우려했고, 일부는 기존 담배 규제 체계와의 정합성을 문제 삼았다. 그러나 결론은 미뤄졌고 그 사이 시장은 먼저 움직였다.

제도화까지 장기간이 걸리는 동안 시장은 규제 공백을 기반으로 성장했고 유통 구조 역시 독자적으로 형성됐다. 온라인 판매, 무인 판매점, 전문 액상 판매점 등 새로운 유통 채널이 확산되며 기존 담배 유통과 다른 시장 체계가 구축됐다. 법이 없는 상태가 단순한 공백이 아니라 새로운 산업 구조를 만드는 토대로 작동한 것이다.

이 공백의 대가는 세수에서 먼저 드러났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등에 따르면 최근 수년간 합성니코틴 제품에 대한 과세 공백으로 약 3조원대 세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규제 공백이 단순한 제도 지연을 넘어 시장 질서 왜곡으로 이어졌음을 보여준다. 동일한 니코틴 소비 행위임에도 기존 담배에는 높은 세율이 적용되고 합성니코틴 제품에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으면서 사실상 ‘역차별’ 문제가 발생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담배업계 관계자는 “기존 제품은 세금 부담이 큰데 같은 니코틴 제품이 무세로 유통되면 경쟁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시장 확대는 수입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관세청 등에 따르면 합성니코틴 수입량은 2021년 약 100톤 수준에서 2024년 500톤 이상으로 증가했다. 2025년에도 반입 규모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간에 특정 품목 수입이 이처럼 증가한 것은 이례적이며 규제 공백이 시장 확대를 견인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수입 구조는 이번 사태의 성격을 더욱 분명하게 드러낸다. 합성니코틴 수입은 대부분 중국산이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국이 2022년 말 자국 내 합성니코틴 규제를 강화한 이후 물량이 해외로 이동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국내 규제 공백 위에 해외 규제 회피 물량이 결합된 구조다. 한 수입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 막힌 물량이 규제가 느슨한 시장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가격 구조 역시 왜곡을 심화시켰다. 합성니코틴 액상은 그동안 담뱃세가 부과되지 않아 일반 담배보다 저렴하게 판매됐다. 그러나 개정법 시행 이후 mL당 약 1799원의 제세부담금이 적용되면서 동일 제품임에도 세금 유무에 따라 가격이 달라졌다. 이는 시장 가격 체계를 단기간에 흔들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과거 물량이 가격 흔들어 = 문제는 규제 시행이 오히려 단기 수요를 자극했다는 점이다. 과세가 예고되자 유통망은 시행 이전 물량 확보에 집중했고 이른바 ‘막차 수요’가 형성됐다. 실제 수입량이 증가했고 시장에는 상당 규모의 재고가 쌓인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물량을 최대한 판매하려는 ‘선판매’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핵심 변수는 비과세 재고다. 개정법은 시행 이후 제조·수입 제품부터 적용되며 시행 이전 반출 물량은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로 인해 세금이 붙은 제품과 그렇지 않은 제품이 동시에 유통되는 이중 가격 구조가 형성된다. 법은 바뀌었지만 시장은 과거 구조를 유지한 채 작동하는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확보된 물량이 시장 가격 기준을 형성하면서 정상 과세 제품이 설 자리를 찾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여기에 안전 공백이 겹친다. 개정안에 따라 제조·수입업자는 유해성분 검사를 의뢰해야 하지만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 유통을 제한하는 규정은 없다. 검사 의뢰부터 결과 통지까지 통상 3개월 이상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성분이 확인되지 않은 제품이 사실상 유통될 수 있는 상태다. 유해성분 검사를 수행하는 정부 지정 기관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시행 초기 검사 지연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법 시행 이전 생산된 재고 제품은 유해성분 검사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소급 적용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시장에는 비과세 재고와 무검증 제품이 동시에 존재하게 된다. 과세 공백과 안전 공백이 동시에 작동하는 ‘이중 공백’이 형성된 셈이다.

이중 공백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시장 구조를 유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현숙 탁틴내일 대표는 “규제가 비어 있는 동안 시장이 커졌고 뒤늦은 규제는 기존 공백을 메우기보다 새로운 공백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의 한 무인 전자담배 판매점에 설치된 자동판매기에 합성 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가 진열돼있다. 합성니코틴 액상담배는 세금이나 부담금 부과 대상도 아니며, 청소년에게 판매해도 처벌 규정은 없다. 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성분 관리 빈틈 … 제도 설계 한계 = 전자담배는 다양한 화학물질을 혼합할 수 있어 성분 관리가 핵심이다. 그러나 현행 제도는 특정 물질 규제와 사후 대응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근본적 한계를 가진다. 기술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기존 ‘연초 중심 정의’가 이번 사태의 출발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액상형 전자담배의 구조적 특성을 문제로 지적했다. 어떤 물질이든 주입해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인 만큼 니코틴 여부보다 성분 검증이 핵심인데, 현행 제도는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성분 확인 이전 유통을 허용하는 구조에서는 위해성 관리가 사실상 사후 대응에 머물 수밖에 없다”며 사전 규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다른 보건 분야 전문가는 “흡입 제품은 체내 직접 노출되는 특성이 있어 사후 규제만으로는 위험을 통제하기 어렵다”며 “현재 제도는 제품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입법 공백은 청소년 보호에서도 드러났다. 전자담배는 냄새가 적고 외형이 전자기기와 유사해 거부감이 낮다. 이는 흡연 진입 장벽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며 실제 청소년 흡연 양상도 변화하고 있다. 전자담배가 초기 흡연 진입 수단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정책 대응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금연정책 역시 공백 상태였다. 합성니코틴 전자담배는 법적으로 담배가 아니라는 이유로 금연구역 단속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정책 적용이 제한됐다. 제도와 현실 사이 괴리가 장기간 유지된 셈이다.

결국 이번 사태는 하나의 구조로 정리된다. 입법 공백이 시장 확대를 만들었고 뒤늦은 규제는 비과세 재고와 무검증 유통이라는 또 다른 공백을 남겼다. ‘공백 → 시장 확대 → 규제 도입 → 이중 공백 고착’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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