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로 몰리는 자금…신용융자 사상 최대

2026-04-23 13:00:01 게재

투자자예탁금·CMA·MMF 등 대기자금 전쟁 전 수준으로 증가

신용거래 빗장 푸는 증권사 … 빚투 급증에 따른 리스크 확대

중동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에도 글로벌 증시는 이미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 뉴욕증시 S&P500과 나스닥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코스피는 사흘 연속 사상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국내 금융시장에서 증시로 자금이동이 빨라지며 증기 대기 자금도 전쟁 전 수준으로 증가했다. 빚내서 투자하는 고위험 투자도 급증하는 추세다. 국내 증권사들이 중단했던 신용거래를 재개하고 대출 금리 인하까지 단행하면서 ‘빚투(빚내서 투자)’ 급증에 따른 리스크 또한 확대되는 상황이다.

◆코스피 사흘째 사상 최고치 경신…신용융자도 역대 최고 = 코스피가 23일 사흘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6500선을 돌파했다. 전일 대비 70.90포인트(1.10%) 오른 6488.83으로 출발한 코스피는 이날 오전 9시 3분 현재 전일보다 83.51포인트(1.30%) 오른 6501.44를 나타내고 있다. 같은 시각 코스닥지수도 전일 대비 4.77포인트(0.40%) 상승한 1185.89에서 거래 중이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역대 최대 규모로 증가했다.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4조6946억원으로 집계됐다. 코스피 23조9950억원, 코스닥 10조7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증가 속도도 가파르다. 올해 1월 말 30조원을 처음 넘어선 잔고는 2월 32조6690억원, 3월 33조6945억원으로 확대됐고, 이달 들어선 34조원대까지 올라섰다.

여기에 예탁증권담보융자까지 늘어나며 전체 차입 투자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 담보융자 잔고는 21일 기준 25조원으로 신용거래융자와 합산하면 ‘빚투’ 규모는 60조원에 육박한다.

이는 최근 투자심리 개선과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상승장에서 신용거래융자가 빠르게 확대되는 특성을 고려할 때 최근 지수 흐름이 레버리지 투자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수시입출식 단기금융도 급증 = 증시로 유입되는 대기 자금도 빠르게 늘고 있다. 같은 날 투자자예탁금은 121조2860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33조원 이상 증가했다. 예탁금은 연초 증시 활황에 힘입어 3월 4일 132조원까지 치솟았다가 같은 달 25일엔 108조원까지 감소한 뒤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CMA(종합자산관리계좌)와 MMF(머니마켓펀드)등 단기 금융상품으로의 자금 유입도 지속되고 있다. 2월 기준 CMA 증가율은 두 자릿수로 확대되었으며, MMF 역시 증가율이 다소 둔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전년 동월 대비 14%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4월 들어서는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와 함께 투자심리가 일부 회복되며 투자자예탁금 또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자금이 시장을 이탈한 것이 아니라, 투자 시점을 탐색하며 단기 금융상품에 머무르고 있음을 의미한다.

21일 기준 MMF 잔고 또한 262조9442억원으로 최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이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CMA 역시 117조2523억원으로 110조원대 중반에서 늘어나는 중이다.

김유미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은행 수신은 저축성 예금에서 수시입출식 예금으로 이동하는 가운데, CMA·MMF 등 단기 대기성 자금으로의 쏠림이 강화되고 있다”며 “이는 주식시장에 대한 신뢰가 형성될 경우 수급 측면에서 의미 있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잠재적 유동성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증권사 신용공여 재개…대출금리 인하 = 이런 가운데 최근 국내 증권사들이 중단했던 신용공여를 재개하고 대출 금리 인하까지 단행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빚투는 더 증가할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지난 20일 신용거래약관 개정 내용을 고객들에게 안내했다. 주요 사항은 신용거래융자 고객별 최고 한도액을 현재 20억원에서 40억원으로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시행일은 다음 달 15일이다. 작년 1월 메리츠증권의 신용공여 최고 한도 10억원과 비교하면 고객별 최고 한도는 4배 확대된 셈이다.

주요 증권사들의 신용거래융자 고객별 최고한도를 보면 한국투자증권이 40억원으로 메리츠증권과 동일한 수준이다.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 NH투자증권, 하나증권,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 등은 20억원 수준이다.

증권가에서는 신용공여 재개와 한도 증액이 증시 거래 활성화에는 긍정적일 수 있다는 의견과 함께 변동성 장세에서는 반대매매가 늘어날 수 있어 투자자들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양립하고 있다.

먼저 아직 중동전쟁이 끝나지 않은 가운데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확대된 상황에서는 레버리지 투자에 따른 손실이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지난달 반대매매(강제청산) 금액은 일평균 262억3000만원으로, 전월 대비 두 배 가까이 늘며 2023년 말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대매매는 투자자가 빚을 상환하지 못 할 경우 증권사가 보유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는 것으로, 규모가 클수록 변동성을 버티지 못한 개인 투자자가 늘었음을 의미한다.

반면 증권가에서는 코스피가 6500선을 돌파하는 등 최고치를 경신하는 속도와 비교하면 신용융자 금액 증가 속도는 미미한 수준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현재 증시 자금을 이끄는 유동성은 부동산에서 이동하는 등 자금 성격의 변화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몇 십 억원 부채를 지고 부동산을 사던 것보다 자본시장으로의 자금이 이동하는 것은 더 긍정적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김영숙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