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도 몰랐다, 반도체 이렇게 좋을 줄은”

2026-04-23 13:00:03 게재

1분기 1.7% 깜짝성장 … 반도체 등 수출호조 이끌어

민간소비도 개선세 … 건설· 설비투자 예상보다 좋아

전쟁 영향도 제한적, 2분기 이후는 물가압력 등 변수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깜짝 실적을 보였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초강세를 보이며 성장률을 이끌었다. 민간소비와 투자도 개선되면서 성장의 버팀목이 됐다는 분석이다.

지난 1일 선적을 기다리는 컨테이너가 경기도 평택항에 쌓여있는 모습. 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2026년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1분기 실질GDP는 지난해 4분기 대비 1.7% 성장했다. 이번 성장률 수치는 분기 기준 2020년 3분기(2.2%) 이후 5년6개월 만에 가장 높다. 한은이 지난 2월 내놨던 1분기 전망치(0.9%)에 비해 두배에 가깝다.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2국장은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반도체 두 기업의 1분기 실적이 작년 연간실적을 웃도는 수준”이라며 “우리도 이 정도로 좋아질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은이 당초 예상했던 전망치와 실적치가 크게 차이를 보이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실제로 수출은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품목을 중심으로 전분기 대비 5.1% 증가했다. 지난 2020년 3분기(14.6%)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수입도 기계 및 장비, 자동차 등을 위주로 3.0% 늘었다. 순수출(수출-수입)이 성장률에 기여한 정도는 1.7% 가운데 1.1%p를 차지했다. 여전히 수출이 성장을 주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그동안 성장의 발목을 잡았던 내수도 개선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소비는 0.5% 증가했다. 지난해 2분기(0.5%) 이후 4분기째 개선되는 흐름이다. 특히 내수에서 투자부문이 좋아졌다. 건설투자는 건물건설과 토목건설이 늘어 2.8%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3.5%) 큰폭의 하락에서 증가세로 전환했다. 설비투자도 4.8% 증가했다. 소비와 투자 개선으로 내수의 성장률 기여도는 0.6%p로 집계됐다.

중동전쟁에도 1분기 깜짝성장이 가능했던 데는 전쟁의 여파가 본격적으로 미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이 국장은 “전쟁 발발 이후 3월 하순까지 선박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며 “중동전쟁 영향은 크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전쟁의 여파가 본격적으로 미치기 시작한 4월 이후 전망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크다. 지난달 수입물가(16.1%)와 생산자물가(1.6%) 급등으로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치면 민간소비에도 부정적이다. 실제로 이날 한은이 발표한 4월 소비자심리지수(99.2)는 전달에 비해 7.8포인트나 급락했다.

이 국장은 “확실한 것은 전쟁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수출이 여전히 좋다는 점은 긍정적 신호”라며 “다만 물가상승 압박 등 전쟁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봐야 한다”고 했다.

한편 1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지난해 4분기보다 7.5% 급증해 1988년 1분기(8.0%)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지난해 1분기에 비해서는 12.3%나 증가했다. 반도체 수출가격이 급등하면서 실질 교역조건이 개선돼 총생산(GDP)보다 총소득(GDI)이 더 크게 늘어났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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