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증권거래위, 사모대출 전격조사

2026-04-24 13:00:01 게재

재무부·연준도 가세해 3조달러 시장 부실 점검 … 감독 사각지대도 한계로

지난 20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 현장을 찾은 폴 앳킨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금융 규제당국이 3조달러 규모 사모대출 시장에 대한 점검을 확대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환매 요구가 늘고 일부 대출 부실 우려가 커지자, 금융 시스템으로 위험이 번질 가능성을 미리 살피겠다는 취지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최근 몇달 동안 대형 사모대출 운용사를 상대로 여러 건의 집행 조사를 시작했다. SEC는 운용사들이 보유 대출자산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투자자에게 밝힌 운용 방침을 제대로 지키는지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사모대출은 은행이 아닌 자산운용사 등이 기업에 직접 돈을 빌려주는 방식이다. 주로 중견기업 대출이 많고, 은행 대출보다 감독은 느슨하다. 시장에서는 은행 규제가 강화된 뒤 사모대출이 빠르게 커졌지만, 거래가 공개 시장에서 이뤄지지 않아 가격과 부실 정도를 외부에서 확인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SEC 조사는 아직 초기 단계다. 조사 대상에는 대출자산 평가 방식뿐 아니라, 같은 대출을 기관투자자용 펀드와 개인투자자용 펀드에 어떻게 나눠 담는지도 포함됐다. 대형 연기금 같은 기관 고객과 개인 투자자 사이에 이해충돌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보기 위해서다. 다만 SEC 조사는 집행 조치 없이 종결될 수도 있다.

특히 투자회사 블루아울캐피털은 최근 6개월 동안 SEC 검사 인력의 광범위한 점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블루아울은 올 1분기 대형 펀드 두 곳에서 약 54억달러 규모의 환매 요청을 받으며 시장 불안의 중심에 섰다. 앞서 투자자들은 1분기 일부 사모대출 펀드에서 200억달러 넘는 자금 회수를 요구했지만, 실제 회수된 금액은 110억달러 수준이었다.

다만 SEC의 감독 범위에는 한계가 있다. SEC가 사모대출 산업의 주된 감독기관 역할을 하고 있지만, 사모펀드는 보유 자산을 정기적으로 자세히 공개하지 않는다. 금융 시스템 위험을 평가하기 위한 보고서에도 사모대출 관련 정보는 제한적으로만 담긴다. 시장이 커진 속도에 비해 규제당국이 들여다볼 수 있는 창은 좁은 셈이다.

미 재무부도 이달 초 사모펀드 운용사와 보험사에 사업 모델 관련 자료를 요구했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부 장관이 사모대출 위험이 은행과 보험사 등 제도권 금융으로 번질 가능성을 우려한 데 따른 조치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은행들을 상대로 사모대출 관련 대출과 위험 노출 규모를 점검하고 있다.

미국 금융연구국(OFR)은 지난달 은행과 비은행권의 사모대출 관련 위험 노출액을 4100억~5400억달러로 추산했다. SEC와 재무부, 연준은 각각 따로 움직이고 있지만, 최근 금융안정감시위원회(FSOC) 회의에서도 사모대출 시장 불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규제당국이 당장 위기 경보를 울린 것은 아니다. 실제 대출 손실이 아직 크지 않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투자은행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나는 그것이 시스템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른 무엇과 비교해도 그 규모로는 거의 시스템적일 수 없다”며 “고통은 있을 수 있지만, 특별히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업계도 사모대출 펀드에는 환매 한도가 있어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일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모펀드 업계 단체인 매니지드펀즈협회의 질리언 플로레스 최고대외협력책임자는 재무부의 자료 요청에 대해 “이 상품들이 원래 의도한 방식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줄 기회였다”고 말했다.

문제는 시장의 구조다. 사모대출은 공개 시장에서 매일 가격이 매겨지는 주식이나 채권과 달리, 자산 평가가 운용사 판단에 크게 의존한다. 투자자가 원할 때 바로 돈을 돌려받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아직 금융 시스템 전체를 흔들 위험은 크지 않다는 평가가 우세하지만, 불투명하고 유동성이 낮은 시장이라는 점에서 규제당국의 경계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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