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 확대·진출 지렛대 된 저축은행 M&A 시장
메리츠·한화, 애큐온 인수 추진 … 예금 수신 기능 확보
KBI그룹, 라온에 이어 상상인까지 인수해 금융권 진출
핀테크 기업 핀다, 대원 인수 유력 …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국내 1위 저축은행인 SBI저축은행이 교보생명에 매각된 이후 5위인 애큐온저축은행이 매각을 앞두고 있다. 애큐온저축은행의 지분 100%를 보유한 애큐온캐피탈이 시장에 매물로 나왔고 메리츠금융지주와 한화생명이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KBI그룹은 라온저축은행에 이어 상상인저축은행을 인수하기로 했다.
저축은행 업계는 각종 규제와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에 따른 대출 규제까지 겹치며 먹거리 부족에 직면해 있지만, 최근 M&A는 잇따라 진행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수익성이 둔화되는 흐름 속에서도 저축은행 인수가 이어지는 배경을 금융업권 진출과 사업 다각화를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24일 금융당국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금융지주와 한화생명, 바이칼인베스트먼트는 내달 애큐온캐피탈과 애큐온저축은행에 대한 실사에 나설 예정이다.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매수자들이 인수가격을 산정한 뒤 입찰을 거쳐, 7~8월 중 계약이 체결될 가능성이 크다.
유럽 최대 사모펀드인 EQT파트너스가 애큐온캐피탈 지분 96%를 보유하고 있으며, 애큐온캐피탈은 애큐온저축은행 지분 100%를 갖고 있다. 이번 매각은 애큐온캐피탈과 애큐온저축은행을 통매각하는 방식이다. 지난해말 애큐온저축은행의 자산 규모는 5조177억원으로 업계 5위다.
인수전은 메리츠금융지주와 한화생명의 양강 구도로 전개되고 있다. 메리츠는 예금 수신 기능이 있는 계열사가 없다. 한화생명은 한화저축은행을 보유하고 있지만 사업 확대와 수익원 다각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2월 저축은행 발전방안을 발표하면서 자산 5조원 이상 대형사는 전국 단위 서민금융기관으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자산 20조원 이상 저축은행은 지방은행 수준으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애큐온저축은행을 인수해 자산 규모를 더 늘릴 경우에 지방은행 수준의 계열사를 확보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와함께 KBI그룹 계열사인 KBI국인산업은 라온저축은행 인수에 이어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앞두고 있다. 상상인그룹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으며 대주주적격성 심사를 위해 금융당국과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차입금을 동원한 인수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며 인수자금의 출처를 확인하겠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KBI그룹은 전선 및 동소재, 자동차부품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제조업 기반 기업이다. 저축은행 인수는 금융업 진출을 위한 발판이 되고 있다. KBI그룹의 전신은 갑을그룹이며 갑을그룹은 과거 갑을상호신용금고를 운영했다가 매각한 경험이 있다. 라온과 상상인을 통해 다시 금융업에 진출한 것이다.
핀테크 기업인 핀다는 대원저축은행 인수 가능성이 높다. 대원저축은행은 자산규모가 33억원에 불과한 영업기반이 미미한 저축은행이다. 핀다는 대원저축은행 인수를 통해 저축은행 라이선스 확보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핀다는 대출 비교 서비스로 사업을 확대해왔지만 대출 규제로 매출이 줄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성장이 한계에 부딪혔다고 판단해 오프라인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핀다의 2대 주주는 JB금융그룹이다.
한편 저축은행 업계는 새로운 먹거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부동산PF 부실에 따른 충격이 아직 남아있고, 정부의 대출 규제로 인해 예대마진 중심의 전통적인 수익구조로는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부실 확대로 인해 시장에서 퇴출되는 저축은행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통상 부실이 확대되면 M&A를 통한 구조조정이 촉진되며 업권 내 업체 수가 줄어드는 흐름이 나타나지만, 현재까지 이러한 움직임은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기초체력이 약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고, 건전성이 악화되면 대주주 증자 등을 통해 어떻게든 끌고 가는 상황”이라며 “업권이 어려워지면 저축은행들끼리 인수합병을 벌이는 구조조정이 일어나야 하는데 새롭게 시장에 진출하는 인수자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