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양극화 심화, 배당 늘려도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 해법은

2026-05-07 13:00:07 게재

회계투명성·주주권리보호 함께 강화돼야

배당 확대만으로는 기업가치 제고 한계

7일 코스피 지수가 장중 한때 7400선을 넘어섰지만 반도체 등 일부 대형주를 제외하면 상당수 종목은 증시 활황에서 소외되는 등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증시 급등에도 불구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배당 확대를 넘어 회계투명성 제고와 주주권리 보호 강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해외 주요국과 비교할 때 한국 기업들은 회계 수준이나 재무 안정성 대비 낮은 시장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한국회계학회가 발간한 회계학연구 4월호에 따르면 기업의 시장 평가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인 토빈의 Q(Tobin’s Q)가 한국 상장기업에서 해외 기업보다 낮게 나타나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이 존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해외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배당성향이 높을수록 기업가치가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지만, 한국 기업은 배당을 늘려도 주가가 반드시 오르지는 않았고 오히려 기업가치 할인 요인으로 작용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허강성 서울신학대 교수와 김승준 영남대 교수, 김현태 성균관대 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주주환원(배당)정책과 회계투명성(이익의 질), 주주권리보호의 상호작용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국가별로 비교·분석했다.

연구진이 28개국 상장기업을 비교한 결과, 한국 기업들의 토빈의 Q는 1.056으로 조사됐다. 이는 스웨덴(2.325)과 덴마크(2.574)보다 크게 낮았다. 일본(0.996), 홍콩(0.995), 그리스(0.825) 등과 함께 저평가 그룹에 속했다. 배당 수준도 한국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한국 기업의 평균 배당 수준은 0.173으로 브라질(0.405), 핀란드(0.324), 일본(0.317) 등에 비해 낮았다. 배당 수준이 분석 대상 국가 가운데 중하위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배당은 글로벌 시장에서 일반적으로 기업가치를 높이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배당성향이 높은 기업일수록 기업가치가 높게 평가되는 경향이 확인됐다. 하지만 한국 기업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한국 시장에서는 배당이 오히려 기업가치 할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회계상 이익과 실제 현금흐름 간 괴리가 큰 기업일수록 이 같은 부정적 평가가 강화됐다. 연구진은 충분한 잉여현금흐름 없이 형식적인 회계이익만을 근거로 배당을 실시할 경우 시장이 이를 신뢰 가능한 배당으로 평가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성장 단계 기업이 투자 대신 현금을 배당으로 유출할 경우 장기 성장잠재력을 훼손하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고, 이 경우 기업가치는 오히려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회계투명성과 실제 현금창출력이 뒷받침되는 기업에서는 상황이 달랐다. 연구 결과 한국 기업이라도 회계 신뢰도가 높은 경우에는 배당의 부정적 효과가 완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단순한 배당 확대만으로는 기업가치 제고 효과가 제한적이지만, 회계투명성과 지속 가능한 이익 구조가 함께 확보될 경우 배당이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당 확대 효과는 투자자 보호와 법제도 환경이 뒷받침될 때 더욱 크게 나타났다. 배당 수준과 제도 환경을 함께 반영한 변수를 분석한 결과 배당을 많이 실시하면서 동시에 투자자 보호 제도가 잘 갖춰진 국가일수록 기업가치 상승 효과가 더욱 컸다.

반면 한국은 두 지표 모두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한국의 배당 수준은 28개국 중 16위, 제도 수준은 18위로 조사됐다.

회계투명성과 제도 환경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회계 신뢰도가 높은 기업이라도 투자자 보호와 법적 기반이 잘 갖춰진 국가에 속해 있을 때 시장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제도적 기반이 회계투명성과 동시에 확보돼야 시장에서의 정당한 평가가 가능함을 시사한다”며 “기업의 회계정보가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해당 국가의 법적, 제도적 여건이 중요한 조건임을 보여주는 실증적 증거”라고 설명했다.

법적, 제도적 여건은 소액주주 보호와 공정한 인수합병(M&A) 절차, 물적분할 규제, 법 집행력 등 투자자 보호 제도를 말한다. 이번 연구는 2013년부터 2022년까지 28개국 8만6730개 기업 표본을 활용해 이뤄졌다.

연구진은 “한국 상장기업의 구조적 저평가를 해소하고 기업가치를 제고하려면 회계투명성을 개선하고 투자 지분 비율에 비례해 이익이 배분되도록 주주권리보호를 위한 법제도 정비가 필수적”이라며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제도 개편과 함께 주주의 권리 보호가 강화된다면, 한국의 기업가치 평가에 긍정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이경기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