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7000 시대…반도체 쏠림·빚투 경계해야

2026-05-07 13:00:38 게재

반도체 제외하면 4100선 추정…고점 경신 업종 1/3에 불과

단기 매매 증가하며 신용거래잔고↑… 반대매매 비중 확대

국내 증시가 코스피 7000 시대를 열었다. 지난달 6000선을 회복한 지 21일 만이다. 아찔한 속도로 급등하고 있는 국내 증시를 보며 시장 전문가들은 작년부터 진행된 자사주 소각, 주주환원 강화, 지배구조 개선 등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제도 변화가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면에 남아있는 반도체 쏠림에 의한 착시와 상승장에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포모(FOMO·나만 뒤처진다는 공포)’ 현상과 이로 인한 빚투(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행위)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장중 7500선 돌파 후 하락 전환 = 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장을 시작하자마자 7500선도 뚫었다. 하지만 외국인이 순매도세로 돌아서면서 오전 9시 32분 기준 코스피는 전일보다 91.57포인트(1.24%) 떨어진 7292.99에서 등락 중이다. 같은 시각 코스닥도 전일 대비 8.79포인트(0.73%) 하락한 1201.38에서 거래 중이다.

전일 코스피는 휴장 기간 중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강세, AMD 시간 외 주가 급등 속 외국인의 2거래일 연속 3조원대 순매수에 힘입어, 반도체를 중심으로 6%대 폭등하면서 7300선을 돌파했다.

코스피는 이달 들어 2거래일 만에 11.9% 폭등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연초 이후 수익률은 75.2%로 작년 연간 수익률(75.6%)을 4개월 만에 이미 달성했다. 1980년 이후 코스피가 2년 연속 70% 이상 상승했던 사례는 저유가, 저금리, 약달러 등 3저 호황 당시인 1986년(+67%), 1987년(+93%), 1988년(+73%)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5월 이후 6조원대 순매수를 기록 중인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 지속 가능성, 이익 모멘텀 개선 전망이 동반되는 국면”이라며 “반도체 등 주도주 중심의 코스피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하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코스피 상승은 닷컴버블 이후 가장 강력하다”며 “코스피는 52주 저점 대비 188% 올라 1999년 7월 253% 이후 최대 폭”이라고 설명했다. 하 연구원은 지난해 이후 코스피 상승은 반도체 이익 상향 영향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중동전쟁 이후에도 반도체와 코스피 영업이익은 빠르게 상향됐다. 2월 말 올해 반도체와 코스피 영업이익 추정치는 각각 340조원, 609조원이었지만 5월 초 580조원, 867조원으로 상향조정됐다. 같은 기간 반도체 영업이익은 70.5%, 코스피 영업이익은 42% 상향된 것이다. 올해와 내년 반도체 영업이익 비중은 60%대 후반대까지 확대됐다.

◆상승 종목 199개 …하락 677개 = 이렇게 지나친 반도체 쏠림 현상, 종목별 양극화 심화는 우려 사항이다. 실제 전일 코스피가 6%대 급등했음에도 상승 종목 수(199개)에 비해 하락 종목 수(677개)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은 시장의 쏠림 현상이 과도함을 보여준다.

5월 이후 코스피200 상승률은 13.9%인 반면, 코스피 200 동일가중지수는 1.5% 상승하는 데 그쳤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종을 제외하면, 5월 코스피 성과 상회 업종은 증권, 상사·자본재 등 2개에 불과하다.

하재환 연구원은 “반도체와 코스피에 대한 쏠림이 더 심해지면서 반도체를 제외한 코스피는 4100선으로 추정된다”며 “반도체 이외 업종들은 대부분 코스피 상승을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 연구원은 “코스피 단기 상승 속도에 대한 부담을 감안해야 한다”며 “코스피와 200일 평균과의 괴리는 1999년 4~7월 당시만큼 벌어졌다”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보다 더 주목해야 하는 위험 요인은 반도체 수출 둔화 가능성”이라며 “수출과 이익은 늘어나나, 기저효과가 소멸됨에 따라 증가율이 2~3분기 이후 서서히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포모 심리 확산 … 신용융자 급증 = 개인투자자들의 포모 심리가 확산하면서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 규모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4일 기준 국내 증시 전체 신용융자 잔액은 35조8389억원에 달했다. 지난달 29일에는 사상 처음으로 36조682억원을 넘어섰다. 시장별 신용거래 잔고는 코스피 25조원, 코스닥 11조원으로 유가증권시장에 집중되는 모습이다.

홍지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코스피 신용거래 잔고는 연초 대비 43%, 전년 대비 140% 증가한 반면 코스닥 시장은 각각 7%, 24%로 최근 신용거래 확대는 유가증권시장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 규모별로는 코스피에서는 소형주의 신용거래 잔고 비율이 높고 코스닥은 규모가 큰 기업에서 높게 나타났다. 시가총액 대비 신용 잔고 비율은 여전히 코스닥 시장이 유가증권시장 대비 높다.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특징을 보이며, 레버리지 활용 비중도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20대 빚투 2.2배 증가 = 최근 국회 강민국 의원실 (경남 진주시 을) 에서 금융감독원을 통해 국내 주요 10개 증권사로부터 제출받은 ‘주차별, 연령별 신용융자 잔고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대 청년층의 신용거래 규모가 최근 1년 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만 20세 이상 30세 미만 (20대)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작년 4월 2주 기준 1888억원 대비 올해 4월 2주 기준 4239억원으로 1년 사이 약 2.24배 급증한 것이다. 이는 전체 연령대 평균 증가율인 1.96배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강민국 의원은 “최근 가파른 주가 상승 여파에 편승한 청년층의 ‘무분별한 빚투’는 주가 하락 시 담보 부족으로 발생하는 ‘반대매매’ 리스크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어 자칫 대규모 청년 파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 지식과 자산 기반이 부족한 청년들이 고금리 이자 부담과 주가 변동성을 견디지 못하고 금융 취약계층으로 전락하는 것은 개인의 불행을 넘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실제 최근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금액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수 상태에 머물던 자금이 실제 청산으로 전환되는 흐름도 확대되고 있다.

홍 연구위원은 “주가 상승시에는 개인투자자 유입과 신용융자 증가를 통해 추가매수 수요와 유동성을 공급하며 가격상승을 강화하겠지만 주가 하락시에는 담보가치 하락으로 반대매매가 발생, 매도 압력을 확대하고, 강제 청산이 집중될 경우 연쇄적인 디레버리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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