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진단

워시의 연준, 금리 아닌 ‘유동성 질서의 변화’추구

2026-05-08 13:00:02 게재

최근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열린 케빈 워시(Kevin Warsh)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 지명자의 청문회는 겉으로 보기에는 비교적 차분했다. 금리인하 여부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도 많지 않았고, 시장이 기대했던 극적인 정책변화 선언도 없었다.

그러나 차분히 진행된 청문회에 중요한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지금 미국 금융시장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단순히 기준금리가 언제 인하되느냐가 아니다. 더 본질적인 질문은 앞으로 미국 금융시장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게 될 것인가, 그리고 지난 15년 동안 시장을 지탱해온 유동성 중심 질서가 계속 유지될 수 있는가에 있다.

흔들리는 연준, 내부 균열의 시작

워시 청문회 이후 열린 4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이런 변화를 더욱 선명하게 보여주었다. 연준은 기준금리를 3.50~3.75%에서 동결했다. 시장 예상과 같았다. 그러나 회의 내용은 전혀 평범하지 않았다.

이번 회의에서는 무려 4명의 위원이 반대의견을 냈다. 이는 1992년 이후 가장 큰 내부분열이다. 3명은 성명문에 남아 있는 완화적 정책편향에 반대했다. 향후 금리인하 가능성을 암시하는 문구 자체가 현재 경제환경과 맞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반면 1명은 정반대로 즉각적인 금리인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같은 회의에서 매파적 반대와 비둘기파적 반대가 동시에 나온 것이다. 연준 내부에서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공통 인식 자체가 약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성명문의 변화였다. 연준은 이번 성명문에서 최근 에너지 가격 상승과 지정학적 긴장이 경제전망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이란 전쟁, 중동 해상물류 차질 가능성, 국제유가 상승 등이 모두 정책 판단 변수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과거 연준이 주로 물가와 고용이라는 두 축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지정학과 에너지, 글로벌 공급망까지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매우 중요한 변화다.

중앙은행은 예측가능성이 가장 중요한 기관이다. 시장은 연준이 어떤 기준으로 움직이는지 이해할 수 있을 때 안정된다. 그러나 지금처럼 정책 판단 변수 자체가 복잡해지고 내부 위원들조차 방향에 합의하지 못한다면, 시장은 점점 더 큰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된다. 이번 FOMC는 단순한 금리 동결 회의가 아니라, 연준 내부의 균열이 공식적으로 드러난 회의였다.

이런 상황에서 워시의 등장은 더욱 상징적이다. 그는 청문회에서 금리인하 여부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답변을 피했다. 대신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 정책 커뮤니케이션 개편, 그리고 인플레이션 측정 방식의 재검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것은 단순한 정책조정이 아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형성된 ‘유동성 중심 금융질서’ 자체를 다시 설계하려는 움직임에 가깝다.

지난 15년 동안 글로벌 금융시장은 사실상 중앙은행이 공급한 유동성 위에서 움직여 왔다. 금리가 낮아지고, 중앙은행이 채권을 매입하면 자산가격은 상승했다. 투자자들은 기업의 이익보다 유동성의 방향을 더 중요하게 봤다.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경계는 점차 흐려졌고 시장은 “위기가 오더라도 결국 중앙은행이 구해줄 것”이라는 믿음 위에서 움직였다. 이 믿음을 흔히 ‘연준 풋(Fed Put)’이라고 부른다. 주가가 급락하면 연준이 개입할 것이라는 암묵적 신뢰다.

바뀌는 유동성 질서, ‘Fed Put’ 기대난

그러나 워시는 이 전제를 흔들고 있다. 그는 양적완화(QE) 등 비전통적 통화정책에 대해 회의적이다. 대신 정책금리 중심의 통화정책 복귀를 선호한다. 만약 중앙은행이 더 이상 시장을 직접 떠받치지 않는다면 자산가격은 시장 자체의 수급과 신용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워시는 또한 포워드 가이던스와 점도표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지나치게 상세한 정책신호가 오히려 정책 유연성을 해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는 앞으로 시장이 연준으로부터 받는 정책 안내판이 줄어들 수 있다는 뜻이다. 유동성 축소, 정책신호 약화, 내부의견 분열, 이 세 가지가 동시에 나타난다면 시장 변동성은 구조적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변화가 더욱 중요한 이유는 지금 시장이 또 하나의 거대한 기대 위에 서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인공지능(AI)이다. 워시는 청문회에서 AI가 장기적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물가압력을 낮출 수 있는 잠재력을 인정했다. 그러나 동시에 그 효과의 시기와 규모는 아직 불확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AI를 ‘확정된 미래’가 아니라 ‘가능성의 영역’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시장은 AI를 이미 현실로 받아들이면서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급등했다. 이 간극은 과거에도 반복되었다. 19세기 철도 혁명, 1920년대 전기와 자동차 산업, 1990년대 인터넷 혁명 모두 세상을 바꾸었다. 기술은 살아남았다. 그러나 기술을 둘러싼 금융거품은 대부분 붕괴되었다. 문제는 기술의 방향이 아니라, 그 기술이 언제 수익으로 연결되느냐였다.

현재 AI 사이클 역시 마찬가지다. AI는 분명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AI는 단순한 소프트웨어 혁신이 아니다. 데이터센터 전력인프라 반도체 네트워크 클라우드 소프트웨어까지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사모신용, 다음 위기의 출발점 될 수도

AI는 지금까지 등장했던 기술혁명 가운데 가장 자본집약적 혁명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모든 기술혁명은 신용과 함께 진행되었다. 철도는 채권시장이 키웠고, 전기산업은 은행신용이 키웠으며, 인터넷은 벤처자본과 기업공개(IPO)시장이 키웠다. 그리고 지금 AI는 또 다른 신용 사이클 위에서 성장하고 있다.

여기서 가장 주목해야 할 곳이 바로 사모 대출 시장이다. 이 시장은 금융위기 이후 은행규제가 강화되면서 빠르게 성장한 비은행 금융 영역이다. 과거 은행이 담당하던 기업대출, 혁신기업의 확장자금,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사모펀드와 대체투자 운용사들이 대신 공급하기 시작했다. 최근 AI 관련 인프라 투자와 혁신기업 자금 조달에서도 이 시장이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문제는 이 시장의 구조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공개시장처럼 실시간 가격이 형성되지 않고 자산가치 평가가 내부 모델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시장가격과 장부가격 사이 괴리가 커질 수 있다.

지금은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만약 AI 투자 수익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프로젝트 현금 흐름이 예상보다 약해지고, 차환 부담이 커지고, 투자자들의 환매 요구가 늘어나면 자산 가치 재평가가 시작될 수 있다. 이 충격은 특정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신용시장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

초기에는 기술주 조정처럼 보일 수 있다. 마치 2000년 닷컴버블 붕괴처럼 말이다. 그러나 이 충격이 사모신용, 구조화 금융, 레버리지 투자로 확산한다면 상황은 훨씬 심각해질 수 있다. 그 순간 시장은 2000년이 아니라 2008년에 가까워질 수 있다.

불확실한 시장기반에 연준 내부도 분열

지금 시장은 ‘중앙은행의 유동성, AI의 미래수익, 지정학적 리스크’라는 세 가지 축 위에 있다. 문제는 세 가지 모두 확실하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이번 4월 FOMC에서 확인된 연준 내부분열은 시장이 가장 믿어왔던 ‘정책 안정성’ 자체가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금 투자자들이 던져야 할 질문은 단순하다. 금리가 언제 내려갈 것인가가 아니라, 지금 자산가격이 어떤 유동성 구조 위에 형성되어 있으며 그 구조가 얼마나 지속 가능한가이다. 워시 청문회는 그 질문을 시장에 던지고 있다. 그리고 아직 시장은 그 질문의 무게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김영익

한양대학교

미래인재교육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