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세번째 허니문, 순풍은 언제까지인가
D-27. 6.3 지방선거가 한달도 채 남지 않았다. 민주당은 ‘어게인 2018’을 외치며 8년 전 압승의 재현을 확신한다.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2018년과 2022년 그리고 2026년, 세번의 지방선거에는 하나의 공식이 관통한다. 보수 대통령의 탄핵이나 정권교체 직후 신정부의 허니문 효과가 선거를 지배했다.
문재인정부 출범 13개월 만에 치러진 2018년 지선에서는 민주당이 광역단체장 17곳 중 14곳을 석권했다. 윤석열정부 출범 3주 만인 2022년 지선에서는 국민의힘이 17곳 중 12곳을 가져갔다. 이 공식대로라면 이재명정부 출범 약 12개월 만에 치러지는 2026년 선거는 민주당 압승이 자연스럽다. 60%가 넘는 이 대통령 지지율과 코스피 사상 최고치 행진 등이 더해졌으니 2018년보다 조건이 나쁘지 않다. 그런데 이 공식에는 함정이 있다. 허니문은 신정부 여당에게 자동으로 주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상대 당의 자멸이 전제될 때만 완성된다.
2022년, 민주당이 스스로 넘겨준 허니문
2018년 민주당의 압승은 문재인정부의 인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등으로 분열돼 저항력을 잃은 보수야권의 자멸이 받쳐줬다. 2022년도 마찬가지다. 윤석열정부 출범 효과도 컸지만 민주당 쪽 책임도 적지 않았다.
180석 절대 다수당인 민주당은 여당일 때 ‘오만한 권력’을 휘둘렀고, 직전 대선에 져 야당이 된 후에도 제대로 된 반성문조차 쓰지 않았다. 여기에 부동산정책 등 문재인정부의 정책실패에 대한 유권자들의 심판심리도 작동했을 것이다. 이 선거에서 민주당은 경기도를 제외한 2018년 석권 지역을 모두 내줬다. 부산에서는 시장은 물론 기초단체장과 시의원까지 국민의힘이 휩쓸었다. 2018년 민주당이 다수의 부산 기초단체장을 배출했던 상황과 정반대였다. 신정부 허니문이 작동하려면 상대 진영이 ‘심판받아 마땅한’ 상태여야 한다. 2022년의 민주당이 바로 그 상태였던 셈이다. 유권자는 윤석열정부를 적극 지지해서가 아니라 민주당의 오만을 심판하기 위해 투표했다는 해석이 많다.
2026년 민주당은 이제 집권당이다. 허니문의 순풍을 정면으로 받고 있다. 하지만 2022년의 그 익숙한 징후가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불과 한달 전만 해도 압승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대진표가 짜진 후 격전지의 판세가 거세게 출렁이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서울과 부산은 한자릿수로 격차가 좁혀졌고, 대구나 경남에서는 뒤집힌 결과도 나온다.
민주당의 조작기소 특검법 추진이 보수 결집의 계기 중 하나로 거론된다. 특히 ‘이재명 살리기’라는 야당의 프레임이 먹혀들면서 보수층 결집으로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중도 표심 이탈의 빌미를 줬다는 우려가 나오고, 결국 특검법 처리를 선거 뒤로 미루겠다고 한 것 자체가 민심의 역풍을 의식했다는 방증이다.
야권 구도도 2018년과 다르다. 여전히 장동혁 지도부와 후보진영 간 갈등이 상존하고, ‘윤 어게인’ 세력 전진배치, 한동훈 전 대표 지원을 둘러싼 갈등 등으로 시끄럽지만 적어도 당이 갈라지지는 않았다.
이번 지방선거의 관전포인트는 서울과 부산이 어느 당 후보가 차지할 것이냐, 그리고 대구와 울산, 경남의 승부가 어떻게 되느냐 하는 문제일 것이다. 경기도와 호남에서는 민주당 우세가 뚜렷하고 경북에서는 국민의힘이 사실상 확정적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14개 지역에서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선도 눈여겨봐야 할 지점이다. 사실상 ‘미니 총선’인 이 재보선의 14곳 가운데 13곳은 민주당이 의원직을 내놓은 지역이다. 국민의힘이 선전하면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해도 의미가 반감될 것이고, 민주당이 석권하면 이재명정부의 국정동력이 한층 힘을 받을 것이다.
격전지에서 감지되는 오만의 대가
2018년과 2022년 지방선거가 남긴 교훈은 같다. 허니문은 공짜가 아니다. 2018년 자유한국당 자멸이 문재인정부의 허니문 승리를 완성했고 2022년 민주당의 오만이 윤석열정부의 허니문 승리를 만들어줬다. 두 경우 모두 선거 승부를 결정지은 핵심요인은 신정부가 아니라 자멸한 야당이었다.
이제 민주당이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질문이 하나 있다. 유권자가 심판할 대상을 자처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허니문의 순풍 속에서 스스로 역풍을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역대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오만한 권력에 대해 심판으로 대답해왔다. D-27, 답은 유권자에게 있지만 허니문의 유통기한은 민주당 자신이 결정한다.
김기수 정치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