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0% 보편관세, 무역법원 제동
“국제수지 적자, 법적 요건 못 미쳐”…효력은 제한적, 소송 기업·워싱턴주만 적용
외신들에 따르면, 맨해튼 소재 미 국제무역법원 3인 재판부는 이날 2대1 의견으로 소상공인들과 24개 주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소송에 참여한 주정부는 대부분 민주당이 주도하는 지역이었다. 원고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의 승인 없이 사실상 전 세계를 대상으로 10% 수입세를 부과했다며, 이는 헌법상 의회에 부여된 관세·조세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소송에는 향신료 수입업체 벌랩앤배럴, 완구업체 베이식펀 등이 참여했고, 주정부 소송은 오리건주가 주도했다.
쟁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 근거로 든 '1974년 무역법' 122조였다. 이 조항은 미국의 국제수지에 중대한 적자가 있거나 달러 가치 하락을 막을 필요가 있을 때 대통령이 제한적으로 수입 추가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그러나 법원 다수 의견은 트럼프 행정부가 제시한 상품수지 적자와 경상수지 적자가 이 조항이 요구하는 법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봤다. 행정부는 미국의 상품무역 적자가 1조2000억달러, 경상수지 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4%에 달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근거로 전 세계 수입품에 일괄 관세를 매기는 것은 법이 허용한 범위를 넘어선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의 즉각적 효력은 제한적이다. 법원은 우선 소송을 낸 두 기업과 워싱턴주에 대해서만 행정부의 관세 집행을 중단시켰다.워싱턴주는 워싱턴대가 관세 부담을 입증하면서 집행정지 대상에 포함됐다. 반면 다른 주정부들의 전국적 집행정지 요구는 직접 피해 입증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만 이번 판결은 트럼프 대통령의 광범위한 관세 부과 전략에 중대한 법적 약점이 있음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대법원은 IEEPA에 근거한 관세에 대해 대통령이 권한을 넘어섰다고 판단했고, 그 결과 수입업체들은 약 1700억달러 규모의 환급을 요구하는 법적 절차에 들어갔다. 이번에는 행정부가 다른 법률인 무역법 122조를 꺼내 들었지만, 전문 무역법원에서도 같은 취지의 제동이 걸린 셈이다.
향후 초점은 항소 절차와 관세 정책의 대체 경로다. 미 법무부는 이번 판결을 연방순회항소법원에 가져갈 수 있다. 이 법원은 앞선 관세 분쟁에서도 트럼프 행정부에 불리한 판단을 내린 바 있어, 항소심에서도 행정부가 쉽게 승기를 잡기가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AP통신은 이번 사건이 다시 대법원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보편관세가 최종적으로 무효화될 경우 수입업체들의 환급 요구는 더 커질 수 있고, 행정부는 의회 입법이나 다른 통상법 조항을 통해 관세를 재설계해야 하는 압박을 받을 전망이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