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미국 클라우드 사용 제한 검토

2026-05-08 13:00:02 게재

27일 기술주권 패키지 발표 미 클라우드법이 핵심 뇌관

브뤼셀 EU 집행위원회 청사 앞 EU 깃발. EU는 민감한 공공 데이터의 미국 클라우드 의존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회원국 정부의 미국 클라우드 사용 제한을 검토하고 있다. 보건·금융·사법 등 민감한 공공 데이터를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구글 클라우드 같은 미국계 플랫폼에 맡기는 구조를 줄이고, 유럽 내 클라우드 기반을 키우겠다는 취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미·EU 관계가 급격히 냉각되면서, 디지털 인프라까지 ‘주권’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7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오는 27일 ‘기술 주권 패키지’를 발표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클라우드·AI 개발법과 반도체법 2.0 등이 포함될 전망이다. 집행위 내부에서는 이와 별도로 민감한 공공 부문 데이터가 EU 역외 기업의 클라우드 플랫폼에 노출되는 것을 줄이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집행위 관계자는 “핵심은 유럽 클라우드 역량 안에서 운영돼야 하는 분야를 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을 포함한 제3국 클라우드 사업자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EU가 미국 클라우드 기업을 정부 계약에서 전면 배제하려는 것은 아니다. 데이터의 민감도와 분야에 따라 공공기관의 사용 범위를 제한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논의 대상에는 정부와 공공기관이 처리하는 금융, 사법, 보건 데이터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민간 기업의 클라우드 사용은 이번 패키지의 직접 규제 대상이 아니다. 집행위 대변인은 “공공 조달을 통해 주권형 클라우드 기회를 넓히고 더 다양한 클라우드·AI 서비스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금융매체 벤징가는 이번 논의가 미국 빅테크에 대한 EU의 규제 압박이 커지는 흐름 속에서 나왔다고 짚었다. 시너지리서치에 따르면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는 2025년 4분기 유럽 클라우드 시장의 70%를 차지했다. 유럽 공공기관이 현행 규정을 지키는 조건 아래 보건·금융 등 고도의 민감 정보를 미국계 클라우드에 맡길 수 있었던 만큼, 새 규제가 도입되면 이들 기업의 유럽 공공 부문 사업에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

EU가 특히 우려하는 대목은 2018년 제정된 미국 클라우드법이다. 이 법은 미국 수사기관이 미국 기업에 데이터 제출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며, 데이터가 미국 밖에 저장돼 있더라도 적용될 수 있다.

유럽 입장에서는 자국민과 공공기관의 민감 정보에 미국 당국이 합법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 디지털 주권 논쟁의 핵심이다. EU는 이미 지난 4월 유럽 주권형 클라우드 프로젝트 4곳에 1억8000만유로 규모 계약을 부여했다. 프로젝트에는 프랑스 방산·항공 기업 탈레스와 구글 클라우드의 합작도 포함됐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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