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이의 없다가 ‘주식대금 청구’…기각
에이치앤, 마그트론 주식매수청구 행사 불인정
법원 “투자자문사에 통지·동의 권한 묵시 위임”
비상장 제조업체에 투자했던 회사가 “해당 회사가 동의 없이 신주와 전환사채를 발행하고 기업공개(IPO) 약정을 지키지 않았다”며 투자금 반환과 위약벌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가 패소했다.
법원은 투자자문사가 투자 전 과정을 대리해 왔고 투자사 역시 장기간 이를 용인해 온 만큼, 계약상 통지·동의 권한을 자문사에 묵시적으로 위임한 것으로 판단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21부(정용신 부장판사)는 지난달 30일 에이치앤철강이 주식회사 마그트론과 이 회사 대표이사를 상대로 제기한 주식매매대금 등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사건은 과거 양사가 체결한 ‘주식 양수도 및 경영권에 관한 합의’에서 비롯됐다. 에이치앤은 2013년 10월 A 투자자문사를 통해 전자부품 제조업체인 마그트론이 발행한 상환우선주 2만3529주를 1억9000여만원에 인수했다.
당시 계약에는 신주 발행, 지식재산권 양도, 주식 보유 변동 시 에이치앤에 사전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조항과 상환전환우선주 인수 후 3년 내에 기업공개 노력 의무가 포함됐다. 마그트론 대표이사는 계약상 의무 이행을 연대보증했다.
마그트론은 이후 2014년부터 2024년까지 수차례 상환전환우선주·전환사채·보통주를 발행했고, 2019년에는 지식재산권을 양도했다. 또 회사 보유 건물·토지 매각 후 임차도 진행했는데 기업공개는 이뤄지지 않았다.
에이치앤은 이 같은 행위가 모두 계약 위반에 해당한다며 11억원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마그트론이 사전 동의 없이 주식을 추가 발행해 지분가치가 희석됐고, 주요 자산 처분 과정에 협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에이치앤이 투자자문사를 통해 분기별 투자일임보고서를 받으면서 주식 발행 현황을 파악해 왔음에도 10년 넘게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봤다. 계약 교섭부터 체결·이행에 이르기까지 자문사가 에이치앤 대신 모든 협상을 주도했고, 에이치앤이 마그트론과 한 차례도 직접 만나거나 연락하지 않은 사실도 주목했다.
재판부는 “사정을 종합하면 에이치앤은 투자자문사에 사건 계약상 사전 통지·절차에 관한 권한을 묵시적으로 위임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마그트론이 투자자문사를 통해 통지·동의 절차를 이행한 경우 이는 원고에 대한 절차 이행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