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동남아시아 ‘K푸드 벨트’ 키운다
김·김치·간편식 앞세워 1조원 시장 정조준 … 현지 생산·할랄 전략으로 글로벌 영토 확장
국내 식품업계가 성장 정체에 빠진 내수 시장을 넘어 동남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K콘텐츠 확산과 함께 김과 김치, 간편식 등 K푸드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주요 식품기업들이 현지 생산과 유통망 확보 경쟁에 나서는 모습이다.
그 중심에는 대상이 있다. 대상은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을 축으로 김과 김치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며 오는 2030년까지 동남아 매출 1조원 달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단순 수출을 넘어 현지 생산과 유통, 식문화까지 아우르는 ‘동남아 K푸드 벨트’ 구축 전략이다.
대상은 현재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브루나이 등 동남아 10개국에서 사업을 운영 중이다. 김과 김치 간편식 조미료 등을 중심으로 현지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지난해 동남아 법인 합산 매출은 약 7900억원으로 2021년 대비 29% 증가했다. 대상은 이를 기반으로 2030년까지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식품기업 가운데 가장 공격적으로 동남아 현지화 전략을 펼치는 사례 중 하나로 평가하고 있다.
대상의 동남아 전략 핵심은 ‘현지 식문화에 녹아드는 K푸드’다. 단순히 한국 제품을 수출하는 수준이 아니라 현지 소비 방식과 입맛에 맞춘 제품을 직접 개발하고 생산하는 방식이다.
대표 사례가 인도네시아다. 대상은 1973년 해외 플랜트 수출을 계기로 인도네시아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현지 브랜드 마마수카를 앞세워 김과 소스, 간편식, 프리믹스 등 약 200개 제품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김 사업 경쟁력이 압도적이다. 대상은 인도네시아 김 시장에서 절반이 넘는 점유율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대표 제품인 ‘김보리’는 밥과 면 요리에 뿌려 먹는 방식으로 현지 식문화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빅 김’과 ‘빅 크리스피’ 등 대용량·간식형 제품도 출시하며 제품군을 확대했다.
대상은 할랄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이다. 마마수카 전 제품은 인도네시아 최대 종교기관인 MUI 할랄 인증을 획득했다. 이를 기반으로 인도네시아를 넘어 말레이시아와 중동 시장 확대까지 노리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생산과 유통 인프라를 앞세워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대상은 1994년 설립한 미원베트남을 중심으로 전국 단위 유통망을 구축했다. 현재 오푸드 제품은 베트남 주요 현대식 유통 채널의 98% 이상에 입점해 있다. 재래시장 중심 전통 유통망 역시 전국 34개 성·시를 아우른다.
특히 베트남 최대 유통기업인 윈커머스와 전략 협업을 강화하며 시장 지배력을 높이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베트남 김 시장에서도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이다.
현지화 제품 전략도 눈길을 끈다. 대상은 철분과 칼슘 함량을 강조한 ‘자반김’을 어린이 영양식 개념으로 현지 시장에 안착시켰다. 도시 중산층을 중심으로 새로운 식문화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김치 사업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대상은 지난해 베트남 흥옌 공장에 김치 생산시설을 구축하며 현지 생산 체계를 완성했다. 종가 ‘맛김치 오리지널’뿐 아니라 현지 소비자를 겨냥한 ‘덜 매운 김치’와 깍두기 제품도 출시했다.
생산 투자 역시 공격적이다. 대상은 지난해 베트남 하이즈엉 공장과 흥옌 공장에 총 300억원 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하이즈엉 공장에는 김 생산라인과 떡볶이 등 상온 간편식 생산라인을 증설해 생산능력을 40% 확대했다. 흥옌 공장 역시 생산능력을 두 배 이상 늘리고 스프링롤과 바인바오 등 현지 수요가 높은 간편식을 생산하고 있다.
대상은 이를 통해 동남아를 단순 소비 시장이 아닌 글로벌 생산 거점으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태국과 말레이시아 등 주변국에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생산기지를 활용한 공급망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태국에서는 김과 떡볶이 떡 판매 확대에 나섰고 현지 유통업체와 협업도 강화 중이다.
업계에서는 동남아 시장이 K푸드 글로벌화의 핵심 무대로 떠오르고 있다고 본다. 한류 콘텐츠 영향으로 젊은 소비층을 중심으로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주요 식품기업들도 동남아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최근 베트남 최대 유통사 박화산과 손잡고 비비고 만두와 김치 판매 확대에 나섰다. 오리온은 베트남 법인을 핵심 성장 축으로 키우고 있으며 롯데웰푸드 역시 인도와 동남아 시장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대상은 5월 태국에서 열리는 타이펙스-아누가 아시아에 참가해 김치와 김보리, 컵떡볶이, 핫라바 소스 등을 선보이며 글로벌 바이어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임정배 대표는 “동남아 시장 성과는 현지 소비자와 식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이뤄낸 결과”라며 “차별화된 제품과 현지화 전략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 확대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