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AI 플러스’ 그늘…지역 격차 심화 ‘공동부유’ 흔들
베이징·상하이만 웃는 ‘AI 특수’
내륙·농촌은 ‘일자리 잠식’ 우려
중국은 공장 현대화부터 과학적 발견까지 전 산업의 엔진으로 인공지능(AI)을 전면에 내세운 ‘AI 플러스' 정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 전환이 지역 간 빈부 격차를 키워 시진핑 정부의 핵심 기치인 ‘공동 부유’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풍부한 인재, 자본, 혁신 기업을 보유한 대도시는 이러한 기술을 도입하는 데 유리한 위치에 있는 반면 소도시와 농촌 지역은 따라잡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10일 보도했다.
◆2030년 디지털 경제 비중 12.5% 목표…수혜는 ‘빅3’ 도시에 집중 = 린 송 ING 중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결국 이익이 공평하게 분배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 AI 공급망의 핵심 부분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사람들이 더 큰 이득을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리암 사이즈 부국장은 수도인 베이징, 상하이, 선전이 이번 투자의 주요 수혜자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들 도시는 이미 대규모 기술 클러스터, 탄탄한 대학, 그리고 신산업을 지원할 자원을 갖춘 지방 정부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25년 8월 ‘AI 플러스’ 계획을 출범시키며 산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정책 입안자들은 2025년 10.5% 수준인 디지털 경제의 GDP 기여도를 2030년까지 12.5%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제시했다.
하지만 이러한 생산성 향상이 고용시장, 특히 저숙련 노동자가 많은 지역에는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이즈 부국장은 보고서를 통해 “산업 지대와 농촌 지역 모두 AI를 통해 어느 정도 생산성 향상을 이룰 수는 있겠지만 이것이 고용에 미칠 잠재적 타격을 상쇄하기에는 불충분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고숙련 노동자가 포진한 대도시에서는 AI가 업무 효율을 높이는 ‘도구’가 되는 반면 단순 제조나 농업에 의존하는 지역에서는 AI가 인간을 몰아내는 ‘대체재’가 되는 양극화 현상이 발생한다는 얘기다.
◆소득 격차 3배 이상… ‘공동부유’ 정책 역량 시험대 = 현재 중국의 지역별 소득 격차는 이미 위험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 베이징과 상하이의 1인당 가처분 소득은 약 9만위안(약 1956만원)에 달하지만 서부의 간쑤성은 2만8000위안(약 608만원)으로 3배 이상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앤서니 W. D. 아나스타시 상하이 중영 국제학부 교수는 정부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도시들은 이미 노동시장이 견고하고 경제 체력이 튼튼한 곳들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정책 당국이 기술 허브 외 지역 노동자들을 위한 AI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고, 디지털 인프라 격차를 해소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아나스타시 교수는 “AI가 중국의 기존 지역 및 소득 불균형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어느 시점이 되면 중국 정부는 노동 대체 기술 지원에 더 신중해지거나, 재분배 및 사회 복지 확대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린 송 이코노미스트는 기술 성숙에 따른 낙관론도 내놓았다. 그는 “역사상의 모든 주요 생산성 붐과 마찬가지로 승자와 패자가 갈릴 것”이라면서 “불평등은 초기 단계에서 전형적으로 악화되다가 기술이 성숙해짐에 따라 점차 좁혀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향후 중국 정부는 내륙·농촌 지역을 위한 AI 교육 시스템 구축과 디지털 인프라 격차 해소를 위한 대응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AI 정책이 경제 도약의 발판이 될지 지역 간 불균형을 심화하는 요인이 될지는 ‘공동부유’ 달성을 위한 정교한 정책 실행에 달려 있는 상황이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