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가 바꾼 한국·대만 경제 지형도

2026-05-12 13:00:42 게재

사상 최강의 기술 호황 사이클

골드만삭스 “양국 금리 올린다”

AI 반도체 호황이 한국과 대만의 수출 지형을 뒤흔들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불어나면서, 물가와 환율을 관리해야 하는 양국 중앙은행이 올해 말 금리 인상 압력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블룸버그는 11일(현지시간) 골드만삭스 보고서를 인용해 이 같은 분석을 전했다.

골드만삭스 앤드루 틸턴 이코노미스트 팀은 한국은행이 올해 3분기와 4분기에 각각 0.25%p씩 두 차례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대만 중앙은행은 2분기와 4분기에 각각 0.125%p씩 인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AI 붐이 그 배경이다. AI 관련 기술 수출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양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전례 없는 규모로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GDP의 10%를 넘고, 대만은 20%를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 기준으로 한국의 AI 관련 수출은 올해 GDP의 30%에 육박할 수 있는데, 지난 10년간 이 비중이 10%를 밑돌았다는 점에서 구조적 변화의 크기를 실감할 수 있다. 대만은 이보다 더 높아 AI 관련 수출이 GDP의 30%를 훨씬 넘는 수준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번 AI 붐이 한국과 대만 역사상 가장 강력한 기술 사이클이라고 규정했다. 중동산 에너지 수입에 의존하는 양국 경제 구조상 유가 변동이 변수가 될 수 있지만, 반도체 수출의 규모와 증가 속도가 에너지 가격 흐름을 완전히 압도한다고 설명했다. 기술을 제외한 나머지 수출은 역내 공급 과잉과 에너지 충격으로 부진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실제 성장 지표도 이를 뒷받침한다. 대만 경제는 올해 1분기에 1987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했고, 한국 수출도 반도체 출하를 중심으로 급증세를 이어가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한국의 GDP 성장률이 2025년 1%에서 올해 2.5%로 반등하고, 대만은 지난해 8.7%에서 2026년 거의 10%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 같은 호황이 정책 당국에 새로운 부담을 안기고 있다는 점은 짚어둘 필요가 있다. 성장의 과실이 기술 부문에 집중되면서 이중 구조가 심화되고 있고, 원화와 대만 달러 모두 절상 압력도 커지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이 같은 K자형 경기 사이클이 선별적이고 신중한 재정정책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모건스탠리는 아시아가 AI 붐이 이끄는 산업 슈퍼사이클에 진입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과 대만이 그 중심에 있는 만큼, 추가 상승 여지는 그 어느 때보다 크다는 평가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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