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전작권 전환 논의 본격화
안규백-헤그세스 첫 회담
동맹 현대화·호르무즈 조율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이 이재명 정부의 핵심 안보 과제로 부상한 가운데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펜타곤에서 첫 회담을 갖고 전작권 전환과 동맹 현대화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한국이 추진하는 2028년 전작권 전환 목표와 미국의 동맹 역할 확대 구상이 맞물리면서 향후 한미 안보 협의의 방향을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회담 뒤 발표한 공동보도문에서 “전작권 전환, 동맹 현대화 등 주요 동맹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향후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면서 상호 안보 이익의 영역에서 협력을 증진하기로 했다”고 확인했다.
이번 회담은 12~13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제28차 한미 통합국방협의체(KIDD)를 앞두고 개최됐다. KIDD는 전작권 전환과 연합방위태세, 전략자산 운용, 국방기술 협력 등을 조율하는 차관보급 협의체로 장관급 회담에서 큰 방향을 정하고 실무 협의에서 세부 사항을 조율하는 구조다.
이재명 정부는 임기 내인 2028년까지 전작권 전환을 추진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반면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최근 미 의회 청문회에서 2029년 1분기를 전환 목표 시점으로 언급해 양측의 시간표에 차이가 있음을 드러냈다. 다만 공동보도문에 전작권 전환이 명시적으로 포함된 것은 양국 모두 전환 자체의 필요성과 방향성에는 공감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평가된다.
안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국방비 증액과 핵심 군사역량 확보를 통해 우리 주도의 한반도 방위를 실현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면서 “한미동맹은 어려운 시기에도 변함없이 신뢰할 수 있는 기반이었다. 앞으로도 한목소리로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미국의 대이란 군사작전 ‘장대한 분노’(Epic Fury)를 거론한 뒤 “우리 동맹의 강인함은 중요하며 파트너들이 우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국방비 증액 계획에 대해 “매우 중요하다”며 “진정한 부담 분담은 탄력적인 동맹의 기반을 강화하고 지역 적대국 억제에 필수적”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이 강조하는 ‘동맹 현대화’는 주한미군의 역할을 북한 억제에 국한하지 않고 중국 견제를 포함한 인도·태평양 전략 전반과 연계하려는 구상으로 해석된다. 한국 정부는 한반도 방위 태세를 약화하지 않는 범위에서 동맹의 전략적 역할 확대 논의에 대응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는 전작권 전환 외에도 핵추진잠수함 건조 협력, 대북 정보공유 정상화, 국방기술 협력 등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한미 정상 간 합의를 토대로 핵추진잠수함 확보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으며 미국의 기술적·정책적 협력이 사업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중동 정세와 관련한 협력 문제도 주요 의제로 거론됐다. 최근 호르무즈 해협에서 한국 화물선 HMM 나무호가 외부 공격을 받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해상 안전 문제가 양국 간 현안으로 부상했다. 미국은 동맹국들에 항행의 자유 보장을 위한 기여를 요청하고 있으며 한국 정부도 국제사회와의 공조 의지를 밝힌 상태다.
이 밖에 미국의 대북 정보공유 제한 문제도 논의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국 정부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을 위한 정보 협력을 동맹의 핵심 요소로 보고 있어, 관련 협의 결과가 주목된다.
안 장관은 이번 방미 기간 중 미 해군장관 대행과 상원 군사위원장 등도 만나 핵잠수함 협력과 방산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