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의장도 놀란 미국 노동 생산성 혁명
20년 만에 가장 빠른 반등
AI 이전에 이미 향상 시작
연방준비제도가 미국의 장기 GDP 성장률 중간값 전망을 1.8%에서 2%로 올린 것도 이 흐름을 반영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조차 최근 기자회견에서 이처럼 높은 생산성이 여러 해 이어질 줄 몰랐다고 발언한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전례 없는 고용 둔화 추세에서 나온 흥미로운 결과”라며 “연간 생산성 상승률이 1%이면 생활 수준은 70년마다 두 배가 되지만 2%이면 35년 만에 두 배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 반등을 곧바로 AI 덕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생산성 개선은 2020년대 초부터 시작됐지만, 대규모 언어모델이 실제 기업 현장에 본격 투입된 것은 최근 1년 남짓에 불과하다. AI 붐이 거시경제에 남긴 가장 뚜렷한 흔적은 지금까지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정도에 그친다.
그렇다면 무엇이 생산성을 끌어올렸나. 미 노동통계국 자료를 분석한 이코노미스트는 세 가지를 거론했다.
첫째는 클라우드, 화상 회의, 초고속 네트워크 등 2010년대 이뤄진 급속한 산업 기술 발전이다. 이코노미스트가 미국 노동부 통계를 기초로 2019~2024년 산업별 노동생산성 상승률을 분석한 결과 소프트웨어 등을 포함한 정보산업의 연평균 상승률이 5.8%로 가장 높았다. 이 변화는 전문서비스와 경영 부문에서 두드러졌고, 이 두 분야의 노동생산성도 밀어 올렸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기업이 스마트폰, 클라우드컴퓨팅 등 혁신 기술을 본격적으로 활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둘째는 셰일혁명이 가져온 저렴한 에너지 비용이다. 셰일 혁명으로 미국은 에너지 순수입국에서 순수출국으로 전환했고, 2023년 순수출 규모는 이미 사우디아라비아의 절반 수준이다. 액화천연가스 수출 설비가 늘면서 유럽·아시아의 높은 가격도 수익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값싼 전기는 또 다른 무기다. 미국의 평균 전기요금은 유럽의 절반, 일본보다 3분의 1 낮다. 전력이 싸면 기계와 인력을 더 많이, 더 오래 가동할 수 있다. 유럽에서 무너진 광업과 화학 같은 전력 집약 산업이 미국에서 살아남은 이유다.
셋째 주요 요인은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가져온 생산성 향상이다. 코로나19 충격 때 미국은 유럽식 고용유지 보조금 대신 현금 직접 지원을 선택했다. 봉쇄가 풀리자 노동자들은 기존 일자리에 묶이는 대신 더 효율적인 기업으로 이동했고, 그런 기업들이 먼저 고용을 재개했다. 자원이 비효율적인 곳에서 효율적인 곳으로 이동하는 것, 그것이 생산성의 본질이다.
이 반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이민단속, 중동 전쟁이라는 역풍 속에서도 유지됐다. 2025년 초부터 2026년 3월까지 생산성 증가율은 연 1.2~2.1%를 기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AI 효과가 조만간 통계에 더 뚜렷하게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의 생산성 기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