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금융영토 확장 기회”
글로벌금융학회 심포지엄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한국의 금융영토가 확장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3일 오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글로벌금융학회 주최 ‘STO와 스테이블코인의 확산과 금융경제의 변화’ 정책심포지엄에서 이 같은 내용이 논의됐다.
이번 행사는 토큰증권(STO) 제도화에 따른 자본시장 인프라의 재설계 방향과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국가 전략적 도입 필요성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주제 발표자 중 한명으로 나선 이종섭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스테이블코인은 단순 가상자산이 아닌 국가금융시스템의 새로운 엔진”이라며 “기술 진보를 넘어 전 세계가 원화로 결제하고 한국 자산에 투자하는 ‘금융 영토의 확장’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스테이블코인을 금융에 기술이 더해진 ‘결합 조직(Connective Tissue)’으로 정의했다. 이는 법정화폐를 중심으로 한 전통금융과 실물자산 토큰화(RWA), 탈중앙화 금융(DeFi)을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테라-루나’와 같은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환전의 보장 △안전한 담보 △제도적 허용 △실사용처 중심 △글로벌 연계 등 5대 원칙을 강조했다.
특히 해외에서도 왕성히 운영되는 기관형 온체인 머니마켓펀드인 블랙록의 비들(BUIDL)과 프랭클린템플턴의 벤지(BENJI) 등을 사례로 꼽았다. 스테이블코인 의존도가 높은 비들은 펀드(비들)를 담보로 맡기고 유동화 할 수도 있다. 이 교수는 “지급결제가 아닌 자산 토큰화와 유동화에 대한 기능을 수행하는 펀드의 시사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민간의 혁신과 공공의 신뢰를 합친 3층 구조의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모델을 제안했다. 미국이나 홍콩 싱가포르 등과 다른 한국형 구조다. 한국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CBDC)를 기초로 하되 시중은행이 발행한 예금토큰, 민간기업의 스테이블코인이 더해지는 방식이다. 국가·은행이 받침이 되고, 민간이 창의적 서비스를 더하는 구조다.
이 모델이 안착하면 예금 기반 확장을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와 국채 담보 수요 창출을 위한 채권시장 고도화를 꾀할 수 있다. 또 글로벌 소비 생태계를 구축해 디지털 분야 내수의 세계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발표자인 이승준 변호사(한국벤처시장연구원 연구위원)는 “한국이 ‘디지털 섬’으로 고립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2월 미국 예탁결제원(DTCC)과 클리어스트림 유로클리어 등 각국의 예탁결제기관은 공동백서를 내는 등 글로벌 표준을 논의하고 있다. 한국의 인프라 청사진을 구축하는 등 세계적 흐름에 동참하지 못할 경우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오갑수 글로벌금융학회 회장은 “스테이블코인은 혁신 가능성을 넓혀주지만 발행주체와 이용자 보호 등 신중히 논의돼야 한다”며 “정책과 제도변화로 예측하지 못한 불공정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