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 성과급 갈등 '사후조정 결렬'
노조 “중노위 조정안은 오히려 퇴보”
중노위 “초안”… 총파업 가능성 커져
삼성전자 노사가 성과급 갈등을 둘러싼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의 사후조정에서 끝내 합의에 실패했다. 장시간 협상이 결렬되면서 1969년 창사 이래 노조의 최대 규모 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13일 삼성전자노조 공동투쟁본부(공투본) 최대 조직인 삼성그룹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최승호 위원장은 17시간에 걸친 회의 끝에 “(중노위) 조정안은 요구했던 것보다 오히려 퇴보됐다”며 “노조는 최종 결렬을 선언했다”고 밝혔다. 이어 “조정안은 성과급 투명화가 아닌 기존 OPI(초과이익성과금) 제도를 그대로 유지했고, 성과급 상한 50%도 그대로 유지됐다”고 설명했다.
사측 대표교섭위원인 김형로 부사장은 “공식적으로 회사가 안을 내놓진 않았다”며 “(중노위) 조정안이 공식적으로 제안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노위도 노조에 제시한 안에 대해 이견을 좁혀가는 과정에서 조정안을 만들기 위한 초안이었을 뿐 공식 조정안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노조는 ‘성과급 재원 기준’과 ‘상한 폐지의 제도화’를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OPI 산정 기준을 현행 EVA(경제적 부가가치)에서 영업이익으로 변경해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마련하고, 현재 연봉의 50%로 설정된 성과급 상한을 폐지해 이를 명문화할 것을 요구했다.
반면 사측은 성과급 제도화는 추후 논의하되 국내 업계 1위 달성 시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활용하고 특별 보너스를 통해 경쟁사 이상의 보상을 지급하겠다는 안을 제시했다. 반도체 산업 특성상 투자와 비용구조를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하는 상황에서 영업이익의 일부를 고정해 성과급으로 배분하면 업황 둔화 시 설비 투자를 위한 재원 마련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는 입장이다.
최 위원장은 “성과급 상한 폐지와 투명한 제도화라는 요구가 관철되지 않았고, 경쟁사(SK하이닉스)라는 외부 요인에 맞춰 성과급을 지급해야 한다는 방식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공투본 차원에서 총파업을 포함한 강경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에 노조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을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최 위원장은 “현재 (총파업에) 참석하겠다고 의사를 밝힌 조합원이 4만1000명”이라며 “지금 회사 안건으로 봤을 때는 5만명 이상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회사가 제대로 된 안건을 가져온다면 이를 들어볼 생각은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정부가 노사 양측의 주장을 기반으로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며 협의를 지원했으나 노조는 오늘 새벽 결렬을 선언했다”며 “노조의 이런 결정은 회사는 물론 협상 타결을 기다리는 임직원, 그리고 주주와 국민들에게 큰 걱정과 불안을 끼치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수원지방법원에서 예정된 삼성전자 노조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 2차 심문 결과도 주목된다. 반도체 업계는 법원의 불법 쟁의행위 가처분 결정이나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경제와 산업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은 반도체 공급 부족을 심화시켜 글로벌 산업 생태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파업은 지금까지 삼성전자가 쌓아온 고객과의 신뢰가 무너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남진·고성수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