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선거 ‘재건축·재개발’ 혼전 양상

2026-05-14 13:00:11 게재

여야 모두 속도 경쟁, 차이점은 ‘글쎄’

공약보다 정부 대책이 여론 판세 좌우

서울시장 선거가 재건축·재개발 대전으로 치닫고 있다. 여야 후보 모두 정비사업 확대와 공급 속도전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면서다. 과거처럼 뉴타운 찬반이나 재건축 규제 완화 여부 자체를 놓고 충돌하는 모습은 옅어졌지만, 누가 더 빠르게 공급을 실현할 수 있느냐를 둘러싼 경쟁은 오히려 더 치열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정비업계 안팎에선 “큰 틀에선 차이가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시는 14일 자치구 정비사업 실행력과 공정관리를 직접 평가하는 ‘정비사업 종합평가’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시는 신속통합기획과 신속착공 6종 패키지 등을 앞세워 2031년까지 31만호 착공 목표를 추진 중이다. 올해 3월 기준 27만호 규모 정비구역을 지정했고 494개 정비사업에 대해 시·구 공정촉진회의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세훈 후보가 지난 7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1구역 재개발 현장을 찾았다. 연합뉴스

핵심은 속도다. 서울시는 앞으로 자치구별로 인허가 처리기간과 표준처리기한 준수 여부, 공정촉진회의 참여 등을 평가해 매년 순위를 공개키로 했다. 평가 결과에 따라 기관 표창과 보조금, 인사 인센티브까지 연계한다.

이에 맞서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측도 정비사업 확대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정 후보측은 이른바 ‘착착 프로젝트’를 통해 정비사업 절차를 단축하고 공공 지원을 강화해 2031년까지 36만호 공급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재개발·재건축 초기 단계에 사업성 분석과 갈등 조정을 공공이 적극 지원해 속도를 높인다는 구상이다.

양측은 최근 공급 물량을 둘러싸고도 한차례 충돌했다. 정 후보측이 “서울 주택난 해소를 위해선 보다 공격적인 공급 목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자 오 후보측은 “사업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허황된 숫자 경쟁”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측은 오세훈표 신통기획에 대해 “속도만 강조할 뿐 실제 공급으로 이어지는 데 한계가 있다”고 비판한다. 오 후보측은 “이미 다수 사업장에서 정비구역 지정과 사업기간 단축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되받았다.

하지만 정비업계에선 양측 정책 차별성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시각도 많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정비사업은 속도를 제외하면 차별화할 요소가 거의 없다”며 “현장의 문제를 얼마나 빨리 파악하고 인허가를 원활하게 해주느냐의 차이일 뿐 신통과 착착 모두 결국 사업기간 단축 모델”이라고 말했다.

정원오 후보가 지난달 29일 성북구 장위동 재개발구역을 둘러본 뒤 공약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에선 재건축·재개발이 사실상 서울 주택공급의 유일한 통로가 된 현실이 이런 경쟁을 만들고 있다고 본다. 과거처럼 대규모 택지개발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도심 정비사업 외에는 공급 확대 수단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 아파트 공급의 상당 부분은 재건축·재개발로 이뤄지고 있다. 두 후보 모두 부동산 민심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다만 시장에서는 정비사업만으로 단기적으로 집값·전월세 불안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비사업은 계획 수립부터 착공, 입주까지 수년 이상 걸리는 장기 사업이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정비사업을 통한 공급은 시장에 장기적인 안정 메시지를 주는 의미가 크지만 당장 집이 공급되는 것은 아니다”며 “실제 시장 안정을 위해선 다주택자나 비거주 1주택자의 매물이 시장에 나오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선 양도세 중과 유예, 장기보유특별공제, 보유세 부담 등 정부 세제정책이 선거 정국의 주요 변수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주택자들이 세 부담을 우려해 매물을 내놓을지, 반대로 버티기에 들어갈지 등 전망도 크게 엇갈리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야 서울시장 후보의 부동산 정책 차이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결국 정부 세제와 금융정책이 선거의 핵심 이슈로 떠오르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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