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했던 표적 못 찾자 귀가 학생 노렸다
광주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검찰 송치 … 경찰, 신상 공개
광주 도심에서 일면식 없는 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의 신상이 공개됐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이른바 ‘묻지마 범죄’가 아니라 특정 대상을 향한 분노가 약자에게 향한 ‘분노범죄’로 결론 내렸다.
광주 광산경찰서는 14일 살인·살인미수·살인예비 혐의로 구속된 장윤기를 검찰에 송치했다. 또 광주경찰청은 이날 장윤기의 실명과 얼굴 사진, 생년월일 등을 경찰청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광주에서 흉악범죄 피의자 신상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은 지난 8일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공개를 결정했지만 장윤기가 동의하지 않아 관련 규정에 따라 닷새 유예기간을 거쳐 이날 공개했다. 신상 공개 기간은 다음달 15일까지 30일간이다.
경찰에 따르면 장윤기는 지난 5일 오전 0시 11분쯤 광주 광산구 월계동의 한 고등학교 앞 인적 드문 대로변에서 귀가 중이던 고등학교 2학년 A양을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현장 인근을 지나던 남학생 B군에게도 흉기를 휘둘렀다.
수사 결과 장윤기는 범행 전부터 특정 여성을 대상으로 범행을 준비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장윤기가 아르바이트 동료였던 20대 베트남 국적 여성 C씨를 살해할 목적으로 범행을 준비했다고 보고 살인예비 혐의를 추가했다.
C씨는 범행 이틀 전인 지난 3일 장윤기를 스토킹 가해자로 112에 신고했다. 해당 신고는 정식 수사로 이어지지 않고 종결됐지만, 경찰은 장윤기가 이에 강한 분노를 품은 것으로 판단했다.
장윤기는 이후 타지역으로 이동한 C씨를 찾기 위해 이틀간 거리를 배회했고 결국 범행 대상을 귀가 중이던 여고생으로 바꾼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현장 주변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분석과 휴대전화 포렌식, 프로파일러 면담 등을 통해 이런 범행 경위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장윤기는 범행 직후 인근 공원에 차량과 범행 도구를 버리고 도주했다가 약 11시간 뒤 주거지 인근에서 긴급체포됐다.
경찰 관계자는 “원래 범행 대상과 목적이 존재했고 증거 인멸 등 사전 준비 정황도 확인됐다”며 “불특정 다수를 향한 전형적 이상동기 범죄와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장윤기는 이날 검찰 송치 과정에서 취재진 질문에 “죄송합니다”라고 말했지만 범행 동기와 계획범죄 여부, 증거 인멸 이유 등을 묻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다만 장윤기는 조사 과정에서 “사는 게 재미없었고 자살을 고민하다 범행했다”며 우발적 범행이라는 취지의 진술을 반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범택·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