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사태’ 수사·제재 지지부진

2026-05-14 13:00:48 게재

영장 기각 후 넉달 만에 수사재개했지만 처분 불확실

금융당국 제재는 사실상 멈춤 … 책임규명 의지 있나

이후 홈플러스는 신용등급이 강등된 지 나흘 만인 지난해 3월 4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기업회생을 신청하면 금융채무가 동결돼 그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들이 떠안고 말았다. 김병주 MBK 회장을 제외한 3명의 경영진에게는 1조원대 분식회계 혐의도 적용됐다.

하지만 법원은 “사건의 피해 결과가 매우 중한 것은 분명하나 현재까지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구속할 정도의 혐의 소명이 부족하다”며 이들의 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영장이 기각되자 검찰은 곧장 보강수사에 나서는 대신 사건을 반부패수사3부에서 반부패수사2부로 재배당했다. 소명부족 등을 이유로 영장이 기각된 만큼 ‘수사를 개시하고 진행한’ 부서가 아닌 새로운 부서에서 객관적인 시각으로 판단하겠다는 이유에서였다. 수사 주체가 바뀌면서 수사는 지연됐다.

검찰 관계자는 “범죄사실도 방대하고 살펴볼 내용도 많아 시간이 걸렸다”며 “바뀐 수사팀에서 기록검토를 마치고 보완수사가 필요한 범위 내에서 관련자들을 선별해 조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검찰이 다시 수사를 본격화했지만 언제쯤 처분이 결정될지는 불확실하다. 사건이 복잡한데다 수사인력도 부족한 탓이다. 한때 10명 가까이 됐던 반부패수사2부 검사는 현재 부장검사를 포함해 4명에 불과하다.

홈플러스 사태가 처음 불거졌을 때만 해도 검찰의 움직임은 지금과 달랐다. 지난해 4월 신영증권 등 4개 증권사가 홈플러스를 사기 등 혐의로 고소하고, 금융당국이 홈플러스와 MBK 경영진에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를 적용해 통보하자 검찰은 반부패수사3부에 사건을 배당하고 신속하게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팀은 사건 배당 1주일 만에 홈플러스 본사와 MBK 본사, 김 회장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고 홈플러스와 신용평가사 관계자 등에 대한 소환조사를 이어갔다. 작년 5월에는 인천국제공항에 귀국한 김 회장을 압수수색해 휴대전화를 확보하고 출국정지하기도 했다. 당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이 홈플러스 수사에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그해 6월 이 전 지검장과 조상원 4차장이 사임하고 두 달 뒤 반부패수사3부장이 이승학 부장에서 한문혁 부장으로 교체되면서 수사 속도는 눈에 띄게 느려졌다. 한 부장은 특검팀에 파견돼 반부패수사3부는 한동안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됐고, 반년 가까이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이렇다 할 수사 진전은 없었다. 검찰이 김 회장과 김 부회장 등을 불러 조사한 것은 중앙지검장이 정진우 지검장에서 박철우 지검장으로 다시 교체된 후인 지난해 12월에서였다.

법조계에선 검찰청 폐지를 앞두고 있는데다 김 회장 등에 대한 신병확보가 불발되면서 수사의지가 약화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MBK파트너스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 절차도 사실상 멈춰선 상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2월 직무정지가 포함된 중징계안을 MBK파트너스에 사전 통지했고, 올해 1월 두 차례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었다.

금감원은 지난해 MBK에 대한 검사를 진행해 불건전영업행위와 내부통제 의무 위반 혐의를 포착했다. 기관전용 사모펀드를 운용하는 업무집행사원(GP) 업무와 관련해 홈플러스 인수과정에서 출자자들의 이익을 침해한 혐의도 제재 사유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첫 제재심 회의에서는 위원들 의견이 중징계 쪽으로 모아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모펀드 운용사 GP에 대한 첫 중징계 사례인 만큼 사안을 더 면밀히 검토하기로 하고 다음 회의에서 추가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그러나 2차 제재심 전날 법원이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 등을 받는 김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2차 제재심에서는 홈플러스 상환전환우선주(RCPS) 상환권 양도 관련 혐의에 대해 일부 위원이 의문을 제기했고, 금감원은 추가 법리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제재심을 추후 다시 열기로 했다.

하지만 이후 3개월이 지났는데도 제재심 일정은 잡히지 않고 있다. 황선오 금감원 부원장은 11일 “MBK 제재와 관련해 제재심에서 추가 논의할 사항들이 있어 잠시 지체되고 있는 것이지, MBK가 전혀 문제가 없어서 제재 절차가 중단된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지난 3월 기자간담회에서 “아무리 늦어도 상반기에는 끝날 것”이라고 밝혔지만, 제재심이 재개되지 않은 데다 금융위원회 의결 절차까지 남아 있어 제재 확정 시점은 상반기를 넘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구본홍 ·이경기 기자 bhkoo@naeil.com

구본홍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