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AI·반도체’ 공약…송전탑은 어떻게

2026-05-14 13:00:50 게재

중앙당도 ‘메가특구’ ‘규제프리’ 지원 약속

전력망 갈등 지속 … 균형발전 논쟁 불가피

6.3 지방선거에 나선 후보들이 인공지능(AI)·반도체공장 유치 공약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여야도 중앙당 차원의 지역특화 전략으로 지방정부를 돕겠다고 나섰다. ‘전국 자치단체가 지역특산품으로 반도체를 꼽는 날이 멀지 않았다’는 우스개소리가 들릴 정도다. 지방선거 후 반도체 산업단지 구상을 뒷받침할 전력망 갈등 해소 등 실행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으로 꼽힌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송전탑건설백지화 지역별 대책위원장들과 간담회를 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는 이번 선거공약 우선순위에 균형발전, 신산업 성장 등을 각각 제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방주도성장을 위한 5극3특 체제 완성을 목표로 전국에 ‘메가특구’를 두고 지방정부 사정에 따라 규제와 특례를 선택하는 ‘메뉴판식 규제’를 적용하겠다고 했다. 성장엔진 특별보조금을 신설해 대규모 지역투자를 돕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규제철폐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10만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공약을 내놨다. 파격적 규제혁파를 위해 ‘원칙적 허용·예외적 금지’의 메가프리존과 한국형 화이트존(공간혁신구역)을 지정해 지역균형발전을 돕겠다고 약속했다.

선거에 나선 후보들은 대규모 인프라 투자 등을 약속한 가운데 특히 AI·반도체 산업단지와 공장 유치 공약을 제시했다.

경기도 등 기존 반도체 벨트뿐만 아니라 강원 경북 전북 전남 등 비수도권 지역 대부분이 지역 특화 성장전략으로 AI·반도체 외에 데이터센터 등을 꼽고 있어 지방선거의 핵심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가 ‘반도체 초격차, AI 강국’ 비전을 제시한 상황에서 자치단체가 산업구조 변화 구상을 내놓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평가된다.

다만 정부와 자치단체의 구상과 현실이 조응하느냐다. 기존 인프라가 풍부한 수도권이 산업 특성상 ‘집중 논리’를 펴는 반면 비수도권에선 전력·에너지 인프라 이점을 내세운 ‘분산 요구’가 충돌한다. 특히 반도체 산업의 성패가 걸린 전력망 확보를 놓고 지역간 갈등이 첨예한 상황이다.

전력망과 용수 등을 이유로 반도체 단지 이전 주장이 나오면서 용인 등 경기 자치단체 선거에 나선 후보자들은 ‘반도체 산업 사수’를 외치고 있다. 한쪽에서는 반도체 국가산단을 서둘러 조성하겠다며 ‘속도전’을 펴고, 에너지와 전력을 공급하는 지역에선 충분한 협의가 필요하다며 막아서고 있는 양상이다.

에너지 전문가인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새로운 산업 생태계의 안착 여부는 안정적 전력망 확보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수도권 산업단지에 에너지와 전력 공급망 역할을 해 온 지역에서는 송전선로 반대 입장에서 한발 더 나가 에너지 정책과 산업생태계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호남권 광역단체장 후보들은 태양광·해상풍력 에너지가 풍부한 서남해안권으로 관련 산업시설을 유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송전망이 지나가는 충청권 국민의힘 단체장 후보들도 “송전선로를 만들어 수도권 중심으로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것은 국가균형발전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며 반대입장을 내놓고 있다.

정부도 용인 반도체 산단 등에 전력공급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송전선로 사업 입지 선정 절차를 지방선거 이후로 연기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구상과도 밀접하게 연결된 사안이다. 반도체 초호황 분위기 속에 정치권이 내놓은 ‘반도체 공약’을 놓고 지방선거 후 에너지 지산지소(地産地消) 원칙, 첨단산업의 경쟁력, 비수도권 균형발전 논리가 맞붙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이명환곽태영·김아영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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