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산단·송전망 갈등…실질적 균형발전 시험대

2026-05-14 13:00:35 게재

산업단지 입지, 전력망 계획과 충돌

주민 동의 없는 속도전에 갈등 촉발

6.3 지방선거에 도전하는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첨단산업 유치’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군 ‘반도체’가 대표적이다. 국가산단이 들어서는 경기도는 물론 강원 경북 전북 전남·광주 등 곳곳에서 반도체 공장 유치, 산단 육성 공약을 내놓고 있다. 반도체 외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미래 성장동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가 이번 지방선거의 핵심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문제는 인력·협력업체 인프라가 풍부한 수도권 집중 논리와 전력·에너지 인프라가 많은 지역으로의 산업 분산 요구가 충돌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반도체 국가산단이 들어서는 경기 용인에 전력·용수를 공급하는 문제를 두고 지역 간 갈등이 촉발되는 모습이다. 여야 경기지사·용인시장 후보들은 반도체 국가산단을 서둘러 조성하겠다며 ‘속도전’을 펴고 있는 반면 호남·충청지역 정치권은 일방적인 송전탑 건설에 반대한다며 ‘지연전’을 펴고 있다.

“용인 산단, 송전선로 전면 재검토!” 지난 3월 4일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용인 산단, 송전선로 전면 재검토와 사회적 대화기구 구성 촉구를 위한 궐기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전력망을 이유로 반도체 클러스터 지방 이전설이 불거진 용인의 경우 여야 시장 후보 모두 ‘반도체 사수’ ‘차질 없는 전력·용수 공급’을 약속했다. 현근택 민주당 후보는 “중앙부처와 삼성전자 경기도 국회 용인시 LH 등이 참여하는 ‘용인반도체 민관정 협의체’를 구성해 전력·용수 문제를 풀어가겠다”고 말했다. 이상일 국민의힘 후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규모 투자로 용인에 1000조원대 반도체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며 “용인의 첫 재선 시장이 되어 글로벌 반도체 중심도시로 도약시키겠다”고 밝혔다.

반면 충청과 호남 지역에선 송전선로 건설 문제가 지방선거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전시와 세종시 충남·충북도 모두 송전선로 예상지에 포함돼 있다. 주민들은 “송전선로는 호남 등 비수도권에서 생산한 재생에너지 전기 등을 경기 용인의 반도체 클러스터 등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한 선로”라며 “충청권은 전기를 생산하지도 소비하지도 않는데 중간에서 피해만 보게 생겼다”고 반발하고 있다.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재검토 초고압 송전탑 건설 반대 충북대책위원회’는 13일 지방선거 후보들에게 송전선로 반대 여부, 주민보호 대책 등을 묻는 정책질의서를 보냈다.

충청권 후보들의 기본 입장은 ‘반대’다. 민주당은 4명의 시·도지사 후보 모두 ‘주민 동의없는 일방적 추진’을 반대하면서 합리적인 대안을 요구하고 있다. 허태정 대전시장 후보는 “시민 동의 없는 구간은 수용할 수 없다”고 했고, 박수현 충남지사 후보 역시 “주민 동의와 합리적 대안 없는 추진은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도 정부의 일방적인 추진에 반대하고 있다. 김태흠 충남지사 후보와 이장우 대전시장 후보는 그동안 “송전선로를 만들어 수도권 중심으로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것은 국가균형발전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며 반대입장을 밝혀왔다.

전북도 마찬가지다. 송전선로가 지나가는 완주·정읍·무주·부안·진안·장수·고창·임실·남원 등 14개 시·군 주민들은 ‘송전탑건설백지화전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들은 정부와 한전 등을 상대로 △용인 반도체 산단 계획 전면 중단 및 산업 재배치 △에너지 지산지소(지역 생산·지역 소비) 원칙 법제화와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 도입 △주민 참여형 민관 거버넌스 기구 구성 등을 요구했다.

특히 정부가 27개 송전선로 사업 입지 선정 절차를 한달간 보류하자 환영 입장을 내놓고 정책의 전환을 촉구했다. 이정현 전북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정부가 주민들과 직접 대화에 나선 것은 매우 의미있는 변화”라면서도 “국가 에너지 체계 자체를 새롭게 논의할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곽태영·이명환·윤여운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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