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모시겠다’는데, 전기는 어디서 나오나
미국은 공장·발전소 함께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반도체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 유치 경쟁으로 전국이 뜨겁다. 지역 경제 활성화 의지를 앞세운 공약을 내놓는 건 쉽다. 문제는 그 기업이나 공장이 돌아갈 전기를 어떻게 확보하느냐다. 반도체 팹(제조 공장) 하나,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하나를 돌리는 데 필요한 전력의 양과 질은 기존 산업단지의 기준을 완전히 벗어난다. 전력망 기반시설에 대한 고민 없이 기업 유치만을 내세우는 공약은 공염불에 그친다는 사실은 이미 확인된 바 있다.
13일 유승훈 서울과기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미국은 기업이 새로운 지역에 공장 등을 지을 때 발전소도 함께 짓도록 하는 전략을 취한다”며 “그만큼 전력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얼마나 빠르게, 얼마나 저렴하게 공급받을 수 있는지가 기업이 해당 지역에 안착할 수 있도록 하는 기본 사항”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의회조사처(CRS) 보고서 ‘데이터센터 에너지 기반시설: 연방 허가 요건’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주는 2025년 법으로 데이터센터가 자체 발전소를 구축하도록 요구하는 방안인 ‘BYOP’ 또는 ‘BYOG’를 도입했다. 이 보고서에서는 데이터센터 산업이 현재까지는 전력을 충분히 확보해왔지만 시설 규모와 수가 늘어날수록 에너지 기반시설 구축이 점점 어려워질 거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러한 경향은 국내도 마찬가지다.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전력수요 전망안에서는 2040년 데이터센터 수요를 26.5TWh로 전망했다. 이는 11차 전기본에서 15.5TWh로 전망한 것보다 큰 폭으로 늘어난 수치다. 첨단산업과 데이터센터가 전력 수요 구조를 뒤바꾸는 새로운 변수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더 큰 문제는 반도체 팹이나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등은 전력의 ‘양’뿐만 아니라 ‘질’에도 민감하다는 점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세계 에너지시장 인사이트’ 보고서에 실린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전력망 안정성 도전과 대응’에 따르면, 인공지능 데이터센터가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십만개를 동기화하는 구조적 특성 때문에 기존 발전 기반시설과 충돌한다. 더욱이 보고서에 따르면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는 △체크포인트 △동기화 지연 △훈련 종료 시 극심한 전력 변동을 일으키며 정규화 기준으로 총부하가 100에서 42까지 급락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런 급격한 부하 변동은 기존 발전기의 응답속도로는 대응이 어려운 수준이다.
반도체 팹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공정 중 잠깐의 정전이 한번이라도 일어나면 수백억원대 웨이퍼(얇고 둥근 실리콘 원판)를 통째로 폐기해야 할 수도 있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기업 입지의 필수조건인 이유다.
결국 이번 지방선거가 비수도권에 새로운 산업 생태계 탄생의 기회가 될지는 안정적인 전력 확보에 달린 셈이다. 2024년 6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제정 등 잇달아 각종 제도가 만들어졌지만 실제 집행은 현장에 달렸다. 기업 유치와 전력망 설계를 함께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